다스릴 정(政). 올해 국내 유통 산업을 한 단어로 요약한 한자다. 한미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한 해를 시작한 유통 기업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 인상과 각종 규제 강화 조짐 등의 정치적 이슈로 유난히 부침이 컸다. 유통 기업 수장들은 저성장과 내수 포화, 온라인 소비 트렌드 변화에 정책 리스크까지 가세하면서 생존 기로에 섰고, 진퇴양난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어느 때보다 동분서주한 한 해였다. 안으로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신사업 확대에 나섰고, 밖으로는 중국의 사드 보복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 올해 이슈의 정점에 선 유통기업 오너 5인의 다사다난(多事多難)한 일 년을 돌아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올해의 장면'
지주사 체제 전환·잠실시대 열었지만
사드 보복·잇따라 재판 등 고난의 행군 계속
22일 신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 …롯데 운명 분수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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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아침부터 찜통 더위가 시작된 지난 8월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오피스동 앞에 검정색 세단이 섰다. 천천히 차에서 내린 중년 남성은 끝도 보이지 않은 123층 초고층 빌딩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부친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지난 30년간 '마천루의 꿈'을 위해 백방으로 뛰던 아버지가 옆에 계시다면 얼마나 뿌듯하실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월드타워 19층 집무실로 첫 출근길을 재촉했다.


설상가상(雪上加霜)과 진퇴양난(進退兩難). 올해 신 회장을 따라다닌 수식어다.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국으로 넘어와 그룹의 전신인 롯데제과를 창립한 지 50주년을 맞아 롯데는 올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새로운 '잠실 시대'를 열었지만, 안팎으로 고난의 행군이 계속됐다.

지난 2월28일 경북 성주 롯데스카이힐골프장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부지로 교환을 최종 결정한 직후 중국의 노골적인 보복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롯데마트 대부분(99개 중 87개)이 중국 당국의 계속된 행정조치로 10개월째 영업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사드 보복 직후 신 회장이 이례적으로 외신과 인터뷰를 통해 "중국을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롯데에 대한 보이콧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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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들이 줄줄이 철수 위기에 놓였고, 국내 유통사업도 방한 중국인이 줄면서 실적이 곤두박질했다. 하지만 당시 신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특검 조사를 받으면서 직접 중국으로 건너가 해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결국 롯데는 중국 마트 사업에서 철수를 결정, 매각 협상에 나섰다. 신 회장이 그룹을 맡은 이후 공들인 중국사업을 접어야 하는 만큼 뼈아픈 결정이었다. 중국은 한중간 '사드 정상화' 선언 이후에도 롯데에 겨냥한 보복의 칼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방한 단체관광 상품에서 롯데그룹을 제외하라는 지침을 따로 내리는 등 '대국의 뒷끝'을 보여주고 있다.


재계 5위 총수의 정치적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롯데가 월드타워면세점 특허를 잃고 최순실이 주도한 K스포츠 재단에 70억원을 전달했다 돌려받은 이유로 신 회장은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롯데 경영비리 혐의로 기소돼 1심 공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최순실 재판까지 출석하면서 신 회장은 올해 대부분의 시간을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보내야 했다.


특히 지난 3월20일 롯데 경영비리 첫 공판에선 신 총괄회장과 장녀인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 회장까지 롯데 총수 일가가 나란히 한 법정에 서는 기구한 장면도 연출됐다. 신 회장은 지난 10월 검찰로부터 징역 10년 , 벌금 1000억원을 구형받아 오는 22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롯데 총수일가는 물론 롯데지주 공동대표인 황각규 사장과 소진세 사회공헌위원장 등 최측근도 징역 5년을 구형받은 만큼 선고 결과에 따라 롯데그룹 경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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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신 회장은 일찍부터 자신의 부재 상황을 대비했다. 올해 2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그룹을 4개 사업부로 나누는 BU(Business Unit)으로 나누고, 각 BU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BU 체제에서 책임경영을 위해서다.


신 회장의 꿈인 '글로벌 롯데'를 향한 발걸음도 꾸준했다. 공판 일정이 빌 때마다 일본에 건너가 일본 주주들을 설득하는 셔틀경영은 물론 '포스트 차이나'도 직접 챙겼다. 지난달에는 롯데 계열사 대표들을 대거 이끌고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남방 전략'을 세운데 이어 최근에는 865억원 상당을 투자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현대호텔과 연해주 토지경작권을 인수했다. 중국 사업이 가로 막히면서 이들 주변국을 공략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1심 판결에 따라 롯데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계획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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