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3사 백화점 사내 복지 담당자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남성 중심적인 문화와 높은 업무 강도로 악명 높던 유통기업이 '신의 직장'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특히 롯데그룹·현대백화점그룹·신세계그룹 등 유통 3사의 뿌리와 같은 백화점은 복지 제도에 있어서도 퍼스트 무버다. 그 중심에 백화점 사내 복지 담당자가 있다.
수시로 출장길…사내 소통 강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제도 운영
일·가정 균형 2년마다 제도 손질
◆소수 직원 목소리도 외면하지 않는다="아직 윗사람 눈치를 보는 남직원들이 있는 만큼 부인 출산 직후 자동으로 육아휴직에 들어가게 해 달라"(롯데 직원) "의견을 십분 반영하겠다"(롯데기업문화위원회 위원들) 지난 5일 열린 롯데기업문화위 정기회의에서 오간 대화다. 기업문화위 위원장은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사장)다. 황 사장은 신동빈 롯데 회장의 특명을 받고 조직문화위를 이끌고 있다. 가장 '윗사람'들이 나서니 눈치 볼 일도 비합리적인 부분도 빠르게 사라진다. 힘을 받은 그룹 각 계열사 사원복지팀은 요즘 일할 맛이 난다. 2015년 2월부터 롯데백화점 사원복지팀에서 일해온 노부현 책임은 "소수의 불만과 불평도 외면하지 않고 제도에 반영하기 위해 뛰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책임은 최대한 많은 사내 구성원들과 소통하려 수시로 출장길에 오른다. 전국 33개 점포를 골고루 찾아 업무 현황과 애로사항을 살핀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휴무·출퇴근 만족도나 연차 사용 현황 등에 관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롯데백화점은 직원들이 입사 때부터 결혼기, 임신기, 육아기, 자녀 교육기, 장년기에 이르까지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남녀 육아휴직제 강화, 근로 시간 단축 등으로 직원들의 일·가정 균형을 돕는 데 주력한다. 노 책임은 "2년마다 사내 복지 제도를 리디자인하는 것은 타사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라며 "수정·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쳐 직원들이 정말 필요하고 원하는 제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PC오프제 유통업계 최초 시행
기업문화지침서·모성보호제 도입
2시간 휴가제, 워라밸정책 대표적
◆첫 PC 오프제 도입…사원 복지 선구자=현대백화점은 PC 오프 제도를 유통업계 최초로 도입한 회사다. 퇴근 시간이 지나면 직원들 PC가 자동으로 꺼지게 만든 것. 정시 퇴근을 독려하기 위한 이 제도는 현재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을 비롯한 많은 유통업체에 퍼져 있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앞뒤 재지 않고 투자하는 것은 현대백화점의 트레이드마크다. 이지형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 조직문화 담당 과장은 "현대백화점은 조직문화 개선, 일·가정 양립 등을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기 전부터 중시하고 준비해왔다"며 "거창하게 조직문화 비전을 발표하기보다 기업의 근간에서부터 변화를 이뤄내는 진정성 있는 모습"이라고 자평했다. 현대백화점은 2014년 임직원 모두에게 조직문화에 대한 공통된 의식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업계 최초로 기업문화지침서를 만들었다. 이듬해에는 여성 임직원 전용 업무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사이엔 다양한 모성 보호 제도들을 도입했다. 조용한 가운데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켜왔다.
요즘 현대백화점의 최대 관심사는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 일과 개인 삶 사이의 균형)이다. 지난 9월 시행한 2시간 휴가제(반반차 휴가)가 대표적인 워라밸 정책이다. 이 과장은 직원들 목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사내 익명 게시판과 홍보 메일 계정을 확인한다. 직접 운영하는 직원 의견 수렴 창구다. 그는 "담당하는 업무 특성상 주변 동료들도 본인의 고민을 털어놓는 일이 많다"며 "흘려듣지 않고 잘 기억해 뒀다가 새로운 제도를 기획할 때 최대한 녹여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내년 1월부터 週35시간 근무제
대기업 중 최초로 근로문화 혁신
라이프스타일 반영한 복지 검토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후 제일 바빠져=그간 롯데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의 사내 복지 경쟁 속 상대적으로 조용하던 신세계그룹은 지난 8일 돌연 "내년 1월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해 주 35시간 근무제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주 쓰는 표현처럼 '깜짝 놀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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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를 들썩이게 만든 발표 이후 신세계백화점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윤준호 인사관리팀 과장이다. 윤 과장은 신세계백화점 각 지점을 돌아다니며 주 35시간 근무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총 13개 점포의 설명회를 완료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우리나라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으로, 주 35시간 근무제는 국내 대기업 중 최초다. 주 35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 신세계 임직원은 하루 7시간을 일하게 된다. '남들은 다 쉴 때, 오래 일한다'는 유통업계 근로 문화를 혁신해 직원들에게 워라밸을 제공하겠다고 신세계는 강조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앞으로도 쉬지 않고 사내 복지 확대 정책을 펴나갈 계획이다. 윤 과장은 "단축된 근로 시간에 따라 바뀌는 직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복지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과장은 주 35시간 근무제 순회 설명회 전에도 직원들과 소통하는 일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점식식사는 여러 부서 직원들과 정기적으로 함께했다. 그는 "가끔 동료들이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등으로 고맙다고 전해올 때가 있는데, 정말 큰 힘을 얻으며 업무에 대한 만족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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