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 “조건없이 北 대화 가능‥언제든 준비”
[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이설 기자]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간) 북한과 조건 없이 첫 번째 직접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그동안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외교적 해결을 주장해온 대표적인 협상파이지만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과 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환태평양 시대의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 연설 후 문답에서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기꺼이 첫 만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또 "(무기 개발) 프로그램들을 포기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틸러슨 장관은 앞서 기조 연설을 통해서도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은 다른 선택을 하길 원한다는 관점을 갖고 대화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면서 "첫 폭탄이 떨어질 때까지 외교적 노력들을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 밖에 북한에 대한 제재가 효과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북한에서 연료 가격이 급등하고 일부 물품 부족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오전 국무부 직원들을 상대로 한 송년 연설에서도 "그들(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자리에 앉아 그것에 대해 대화하자'라고 하는 옳은 선택을 하기를 원한다"며 북한의 호응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이와 함께 "북한이 계속 (도발을) 한다면 북한은 어떤 지점을 넘어설 수 있다. 거기에는 외교관들이 하도록 남겨진 것이 없다"면서 "우리는 그런 지점에 도달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왔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특히 북핵 해법과 관련해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나는 매티스 장관에게 '우리가 거기로 간다면 나는 실패한 것이다. 나는 실패하고 싶지 않다'라고 많이 얘기해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틸러슨 장관과 같은 맥락의 발언을 했다.
그는 이날 영국 싱크탱크 '폴리시 익스체인지' 주최 행사에서 "바로 지금이 (북한과의) 무력 충돌을 피할 마지막이자 최고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 행정부의 정책은 김정은(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축출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북한의 핵 포기를 압박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미ㆍ중 양쪽의 공동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틸러슨 장관은 '전제조건 없는 첫 만남'이라고 했는데 '첫 만남'과 '대화'라는 표현에도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며 "트럼프 정부 내의 구체적인 계획하에 얘기했다기보다는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미국식 표현으로 가볍게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틸러슨 장관이 미국 내에서 사임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번 발언이) 트럼프와 조율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중국이 원유 공급 제한까지는 안 하겠다고 하고 한국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긴장 완화 방향으로 가려고 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전반적으로 대화 국면을 위한 분위기 조성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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