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부예산안보다 1조3000억원 증액…새해 예산 정치적 담판, SOC 마중물 역할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건설사의 한해 살림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소건설사들은 SOC 예산 책정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SOC 예산은 건설경기와도 직결된다. SOC 예산 삭감은 건설 관련 업종의 일감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새해 SOC 예산은 우여곡절 끝에 19조원으로 확정됐다. 대폭 삭감에 이어 예상보다 큰 폭의 증액을 거듭했던 ‘반전 드라마’, SOC 예산 논의를 둘러싼 숨겨진 속사정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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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2일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업계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SOC 예산 정상화를 촉구했다.

지난 9월12일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업계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SOC 예산 정상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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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4000억원을 삭감한다고?” 지난 9월 기획재정부가 편성한 새해 SOC 예산 계획이 공개되자 건설업계는 화들짝 놀랐다. 어느 정도 삭감은 예상했지만 줄어든 예산 규모가 상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올해 22조1000억원이 편성됐던 SOC 예산은 내년에 17조7000억원까지 줄이겠다는 얘기였다.

SOC 예산은 말 그대로 칼질을 당한 셈이다. 삭감 비율은 20%에 달한다. 정부 예산 중 전년도보다 4조원 넘게 삭감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SOC 예산은 도로, 교량,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을 마련하는 데 사용된다. 새롭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보수를 위해서도 SOC 예산은 필요하다.


문제는 ‘적정 예산’의 규모를 놓고 문재인 정부와 건설업계가 현격한 시각차를 보였다는 점이다. 기재부가 마련한 SOC 예산은 심리적인 저항선이었던 20조원대가 무너진 것은 물론이고 단번에 17조원대로 급감했다.

새해 예산은 SOC 삭감 한파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7조원, 2020년 16조5000억원, 2021년 16조2000억원 등 해마다 SOC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대한건설협회를 중심으로 한 건설업계는 국회의원들을 만나 SOC 예산이 왜 중요한지 역설했다. 이러한 노력은 일부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국토교통부의 예산 심사 과정에서 2조3600억원의 증액을 결정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보냈다. 증액 예산은 도로 건설, 철도 건설 등 SOC 예산이 주축이었다.


[새해 SOC 예산①] '삭둑' '듬뿍' 반전의 반전…19조 SOC, 숨겨진 속사정 원본보기 아이콘

하지만 예결위는 SOC 예산 증액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다. SOC 증액 예산은 줄줄이 ‘보류’ 결정을 받았다. SOC는 지역구 의원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예산이다. 도시와 비교할 때 도로 등 기반시설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방은 SOC 예산 확보가 해당 정치인의 최대 치적으로 활용된다.


예결위 쪽에서 SOC 예산 심의를 둘러싼 이상기류가 감지되자 건설업계는 속이 탈 수밖에 없었다. 예결위원들을 상대로 호소문을 전하며 SOC의 일자리 효과, 경제성장률 기여 등을 설명했다.


SOC 예산은 예결위 회의 등 공식적인 테이블보다 여야의 담판 등 비공식적 정치적 협상 과정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역 의원들은 SOC 예산 확보를 위해 ‘지역 홀대론’을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지만 이런 모습은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SOC 예산의 최종 결정은 여야의 정무적 판단이 개입돼 결정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SOC 예산은 이른바 ‘쪽지 예산’ ‘카톡 예산’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국회 예산 처리 직전에 지역 SOC 예산을 슬쩍 키워 넣는 사례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여야 중진 등 힘 있는 의원이나 예결산특위 소속 의원들이 SOC 증액 예산의 수혜 대상으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여론의 부정적인 인식을 부르는 요인이다.


하지만 SOC 예산 자체에 대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적정한 SOC 예산은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호남 KTX 2단계 사업(자료:국토교통부)

호남 KTX 2단계 사업(자료: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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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길 대한건설협회 SOC·국제협력실장은 “정부 여당은 전년도 예산 이월액이 2조8000억원으로 2018년도 SOC 예산 삭감에도 건설물량 감소 등에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예산 이월은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미집행, 공기 지연 등이 이유”라면서 “SOC 예산 축소 시 일자리 감소와 경제성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SOC 예산의 중요성은 정치권도 인식하고 있다. SOC 예산은 교착 상태를 보였던 2018 새해 예산안 처리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난달 29일 ‘호남 KTX 2단계 사업’을 합의하며 국회 예산 처리의 물꼬를 텄다.


새해 예산에 반영된 증액 예산은 134억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호남고속철도 전체 예산은 1조원 안팎이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는 향후 SOC 예산 규모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다가올 수 있다는 얘기다.


해마다 정부가 제출했던 예산은 국회 논의를 거치면서 4000억원씩 증액됐다. 다른 예산은 국회 예결위를 거치면서 삭감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SOC는 예외 없이 증액됐다. 올해도 이른바 ‘400억원의 법칙’이 유지될 것인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였다.


[새해 SOC 예산①] '삭둑' '듬뿍' 반전의 반전…19조 SOC, 숨겨진 속사정 원본보기 아이콘

6일 국회를 통과한 새해 SOC 예산은 19조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정부 제출안보다 1조3000억원 증액한 결과다. 예년보다 3배 이상의 SOC 예산 증액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증액된 주요 사업을 보면 광주-강진고속도로 사업이 1000억원 순증액됐다. 또 도담-영천 복선전철(800억원), 보성-임성리 철도건설(678억원), 서해선 복선전철(663억원) 등 철도 관련 사업이 증액 규모가 컸다. 새만금개발공사 설립 예산도 510억원 책정됐다. 또 새만금-전주고속도로 건설(300억원), 새만금지구 내부개발(80억원) 예산도 증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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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감의 한파에 직격탄을 맞았던 SOC 예산은 국회 논의를 거치면서 예상보다 큰 폭의 증액 결과로 이어졌다. 여야 지도부의 정치적 담판이 영향을 줬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SOC 증액이라는 대원칙에 합의점을 마련하면서 이러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호남권을 중심으로 SOC 예산이 증액되면서 국민의당은 쏠쏠한 실리를 챙겼다. 더불어민주당도 자유한국당의 반대 속에 새해 예산안 처리에 성공하면서 정치적인 결실을 거뒀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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