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오피스 이어 집까지 공유하는 공유경제
집주인 대신 전문업체가 주택관리, 거주자 모집
사적공간 보장하면서도 커뮤니티 따뜻함은 옵션


코리빙 업체 '코먼' 거주자들

코리빙 업체 '코먼' 거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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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 2년 전 새로운 직업을 찾아 미국 뉴욕으로 오게 된 파리드(Farid).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출신인 그가 처음 뉴욕에서 느꼈던 감정은 바로 '암담함' 이었다. 거주할 공간을 찾아야 하는데, 부동산 가격이 특히 높은 뉴욕에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집을 구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외국인들이 집을 구할 때 미국에서의 신용정보를 요구한다는 점도 문제였다. 소셜넘버, 신용카드 사용기록 등이 없는 상황이라 외국인들은 신용정보 대신 본국의 잔고를 증명하는 것으로 대신해야 하는데, 이런 집들은 하자가 있는 경우가 꽤 있어서다. 때문에 파리드는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단기적으로 살 집을 구해보기도 했지만 항상 내 집이 아니라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러다 어느날 페이스북을 통해 그는 '코 리빙(co-living, 공유거주)'이라는 개념을 알게 됐다. 최근 스타트업들이 하나둘 뛰어들고 있는 이 시스템은 부동산 회사들이 빌딩을 싱글들에게 알맞게 개조하고, 스타트업들이 마케팅과 관리를 맡아 거주자들을 모집하는 개념이다. 현재 그는 미국 뉴욕에서 매월 1700달러 가량을 내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

# 호주에서 뉴욕으로 온 인테리어 디자이너 소피(Sophie). 그는 현재 코리빙 스타트업 중 하나인 코먼(Common)에서 인테리어를 담당하고 있다. 그녀 역시 처음 뉴욕으로 왔을 때 단기 월세를 전전했다. 미국의 대표적 커뮤니티 사이트 크레이그리스트(Craiglist)에서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연락했지만 매우 안 좋은 기억으로만 남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코리빙 스타트업을 차리겠다는 아이디어를 가진 예일대 출신의 브래드 하그리브스 코먼 최고경영자(CEO)를 만났고, 현재 15개에 달하는 코먼의 공간을 구상하고 꾸미는 역할을 맞고 있다. 소피는 "이상한 룸메이트를 만날 수 있다는 우려, 신용등급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집을 구할 때의 어려움, 혼자 살면서도 깨끗하고 좋은 집에 살고 싶은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해결해주는 완벽한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코리빙 업체 코먼 거주자들의 공동 거실

코리빙 업체 코먼 거주자들의 공동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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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그것도 낯선 해외에서 집을 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해외 취업을 하는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에 태어난 신세대)들이 많아지면서 해외에서 집을 구해야 하는 일은 비일비재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통적인 부동산 시스템이 우세하기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들이 해외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이 틈새 시장을 겨냥한 것이 바로 주택시장에 공유경제가 스며든 '코리빙'이다. 최근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워싱턴DC 등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거주문화가 정착하고 있다. 자동차, 생활용품, 사무실에 이어 이제는 집까지 공유하는 방식이다.


얼핏 보면 집주인이 방마다 세를 주는 '셰어하우스'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개념이다. 우선 전문 업체가 주택을 관리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회사가 투자금을 지불해 싱글, 밀레니얼 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다. 이후 스타트업들인 전문 업체가 주택을 관리하고 거주자들을 모집한다. 거주자들은 집 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것이 아니라, 관리비 등을 모두 포함해 한 번에 전문 업체에게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생활에 필요한 가전제품이나 가구, 심지어는 화장실 휴지와 요리용품, 양념까지 제공한다. 개인 용품만 지닌 채 몸만 들어가도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룸메이트들이 가장 사소한 것, 물건 공유와 같은 부분에서 의견 충돌이 있다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다.


최근 미국에서는 코먼(Common), 올리(Ollie), 위리브(WeLive), 베들리(Bedly) 등 다양한 스타트업 업체들이 코리빙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싱글만을 겨냥하는 베들리, 큰 빌딩을 본인들이 구입해 세를 주는 위리브(위리브는 사무실 공유업체로 성공한 위워크(WeWork)가 새롭게 만든 회사다) 등 각자 겨냥하는 타깃층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코리빙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의 공동의 목표는 뚜렷하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괜찮은 집을 적당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개념이다.


코리빙 업체 '코먼'의 거주자가 사용하는 방. 개인적인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코리빙 업체 '코먼'의 거주자가 사용하는 방. 개인적인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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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하그리브스 코먼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미국인 중 2500만명이 룸메이트와 함께 살고 있고, 이는 지난해 새롭게 증가한 룸메이트와 사는 인구의 25%에 달한다"며 "결혼을 늦게 하고, 집을 소유하는 시기는 늦어지는데 누군가와 집을 공유하면서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대도시들은 해외에서 일하기 위해 들어온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거주자의 신용등급을 요구하기보다는, 지불능력을 유동적으로 본 뒤 거주자를 받아들이고 있고 지금까지 문제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코리빙 거주자들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2000달러 정도를 업체에 지불한다. 이 금액에는 월세 뿐 아니라 기본적인 유틸리티 비용, 관리 업체에 내는 150달러 가량의 회원비도 포함돼 있다. 이 회원비를 지불하고 공유거주 시스템의 회원이 된 덕분에, 만약 본인이 원하는 경우 집을 옮길 수도 있다. 직장을 다른 도시로 옮기거나, 룸메이트와 성향이 맞지 않는 등 다양한 이유가 생기면 업체에게 방을 옮기겠다고 신청하면 된다. 마치 대형 체인의 헬스클럽 회원이 된 후, 이사하게 되면 다른 지점으로 자연스럽게 옮길 수 있는 시스템과 비슷하다.


실제로 코리빙을 경험하기 위해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코먼 발틱 빌딩을 찾았다. 이 지역은 브루클린 내에서 가장 비싼 지역은 아니지만, 바클레이스 센터를 중심으로 최근 젊은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고 있는 지역이다. 지난 2월 문을 연 이 빌딩은 코먼이 소유한 빌딩 중에서도 가장 큰 축에 속한다. 문을 연 지 다섯달만에 입주자들이 꽉 찼다. 이 중에서도 두 명의 공동거주자가 사는 투베드룸을 방문해 봤다. 거실 공간을 공동으로 소유하고는 있지만 거주자들의 사생활을 최대한 배려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공간을 사용하는 데 평균적으로 매월 1800달러를 지불한다. 뉴욕의 집값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 시설을 이 가격에 이용하긴 어렵다.


공동거주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건물 옥상. 밀레니얼 세대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새 건물들의 장점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공동거주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건물 옥상. 밀레니얼 세대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새 건물들의 장점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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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빌딩의 로비, 옥상정원 등은 거주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 특정 기간에 거주자 중심의 이벤트가 열리기도 하지만, 강요는 하지 않는 분위기다. 코먼 홍보담당자는 "거주자들이 가장 집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동거주의 주된 목표"라며 "집에 들어서는데 마치 여행자들이 바글바글한 호스텔같은 분위기는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담 뉴먼 위워크, 위리브 공동창업자 역시 "공동거주의 목표는 거주자들에게 사생활에 대한 옵션을 주는 것"이라며 "사생활을 지키되, 원하면 언제든지 커뮤니티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위리브의 경우 거주자들의 관심사에 따라 채식주의자 요리모임, 잼 만들기 등의 이벤트가 열리기도 한다.


공동거주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빠르게 늘고 있다. 코먼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거주자 중 70%는 뉴욕에 처음 온 외지인이고 32%는 외국인이다. 평균 30세로 정부, 미디어, 금융업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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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거주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투자금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코먼의 경우 첫번째는 700만달러, 두번째는 1600만달러로 총 23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투자자 중엔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세운 벤처캐피털 매버른, 유명 부동산 회사인 르프락 등도 포함돼 있다.


새로운 거주 트렌드에 미 언론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90년대에는 우리가 '친구'를 만났다면, 이제는 새로운 트렌드인 공동거주가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20세기 초반에 유행했던 호텔형 레지던스 사업에서 영감을 얻은 새로운 주택 모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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