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민화 20/성선경
외상술을 마시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나이
외상술을 마시다 진주난봉가를 부르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
늦둥이를 위해 뜰에다 벽오동을 심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
책을 읽으며 밤을 새우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나이
책에 쓰여진 대로 마음먹고 뜻을 세우기엔 너무 늦은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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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술을 마시고
외상술을 마시고
진주난봉가를 부르고
뜰에다, 뜰에다 벽오동을 심는 저 화상
넌 누구냐?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자꾸 이런 생각만 든다. 그게 무엇이든 뭘 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는 아닌가라고 말이다. 시인의 말처럼 호기롭게 "외상술을 마시"는 것도, 그러다 괜스레 기운이 뻗쳐 "진주난봉가"든 무슨 노래든 헐헐 부르는 것도 모두 객쩍은 일만 싶다. 게다가 '늦둥이'라니, '야독'에다 '입지'라니! "그런데" 정말이지 그러고 싶다. 눈물 나게 그러고 싶다. 단 한 번이라도 그러고 싶다. "술을 마시고" 그것도 "외상술을 마시고" 온 동네가 떠나갈 듯 노래를 부르고 "뜰에다 벽오동을 심"으면서 껄껄 웃고 싶다. 다시, 꿈을 꾸고 싶고 그 꿈에 취해 있는 힘 없는 힘 다 쓰고 그만 나동그라져 쿨쿨 자고 싶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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