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쏠린눈 되돌리려는 방송작가, 뉴스가 있는 저녁 올까
어린 내게 KBS 밤 9시 뉴스의 시그널송은 일종의 알람이었다. 온가족이 저녁 식사를 하고 도란도란 모여 드라마를 보다가도 그 음악이 흐르면 나는 곧장 내방으로 가 잠에 들었다. 거실에 남은 엄마, 아빠는 뉴스에 등장한 세상사를 보고 들으며 '이 나라 정치는' 혹은 '요즘 젊은 애들은'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나눴을 테다. 저녁식사-드라마-뉴스로 이어지는 우리집 시간표는 2000년대 후반 무렵인 고등학생 때까지도 유효했던 것 같다.
그런데 2주 전 기나긴 추석연휴를 떠올려보니 더 이상 이 풍경을 찾을 수 없는 듯하다. 할머니의 열렬한 고스톱 사랑 탓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TV뉴스를 함께 응시하는 가족의 모습은 기억나지 않는다. 대신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관심사를 확인하던 엄마, 아빠의 모습은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방송뉴스에도 작가가 필요할까?' 저자는 이같은 물음에 "뉴스가 갖가지 코너를 품은 뉴스쇼로 변하면서 기자가 채우지 못하는 콘텐츠의 공간에 작가의 색깔이 들어가게 됐다"고 답했다.
책의 2부 '시사방송작가의 흔한 사생활'에는 저자의 기상부터 취침까지의 하루가 생생히 그려져있다. 오전에는 트위터, 조간신문, 포털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오늘 보도할 기사를 발제한다. 오후에는 자료 취재나 섭외를 함께할 뿐만 아니라 뉴스를 기획하고 원고를 작성하는 일도 한다. 나아가 뉴스 전체의 맥락과 색깔을 조율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뉴스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일이 곧 작가의 일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그는 '뉴스에 대한 사랑'으로 이 좌절감을 버텨낸다고 했다. "새로운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딱 보기 좋은 모양으로 만들어진 뉴스를 쥐여 주고 싶다. 그걸 더 잘하기 위해 나는 방전될 때까지 뉴스에 중독되고 있는 중이다."
<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임경빈 지음/부키/1만3000원>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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