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압구정동 개발 '복부인' 전면에…아파트 재산 1호 시대, 정부 시장 관리 힘겨운 도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회색빛 콘크리트 덩어리. 아파트는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재산목록 1호다. 집은 휴식을 취하고 삶의 터전이 되는 공간을 넘어 재테크의 수단이 된 지 오래다. 3.3㎡당 5000만원을 넘나드는 현실, 평범한 직장인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서울의 선호하는 지역의 경우 대부분 은행 대출을 통해 빚을 져서 아파트를 구입한다. 콘크리트 덩어리가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예'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은 아파트를 통해 재산을 축적하고 부자의 꿈을 키운다. 집을 갖지 못한 이들은 남들이 선호하는 공간에 놓인 아파트를 자기 소유로 삼고자 노력을 다한다. 아파트가 재테크의 수단이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2동과 74동 사이에 남아 있는 표지석이 옛 '압구정'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2동과 74동 사이에 남아 있는 표지석이 옛 '압구정'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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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분양에 주목하는 이들이 있다. 이른바 '복부인'으로 불렸던 이들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복부인은 국어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투기세력의 대명사로 불렸다.

현지 시세보다 좋은 가격으로 물건을 싹쓸이하는 그들, 개발호재와 맞물리면서 그들의 투자 행위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 된다. 복부인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투명하지 못한 사회의 현실과도 맞물려 있다.


특정 지역의 개발 호재를 미리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고급 정보'를 유통하고 이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구조다. 시대 변화에 따라 복부인의 위상도 달라졌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아파트가 부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자 재테크의 수단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아파트 재테크는 땀 흘려 일하는 이들의 근로 의욕을 상실하게 하는 요인이다. 역대 정부가 집값 안정에 힘을 쏟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라는 시장 원리를 존중하면서도 정도를 넘어서는 투기 행위를 차단하고자 부단히 애를 썼다.


1999년 상공에서 촬영한 반포주공1단지 일대 전경<자료:서울시>

1999년 상공에서 촬영한 반포주공1단지 일대 전경<자료: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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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심리'다.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할 경우 정부가 그 흐름을 인위적으로 제어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도전장은 지켜볼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 높은 국정지지도를 토대로 한국사회를 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핵심 정책과제 중 하나는 집값 안정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면에 나섰다. 김 장관은 28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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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취임 일성으로 '국토는 국민의 집'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듯이 주거 안정이 국토부 장관의 최우선 사명이라는 생각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집값 안정은 문재인 정부 초반 성적표를 좌우하는 변수다. 북핵 위기 등 다른 변수도 많지만 집값 만큼 민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많지 않다. 부동산 투자 열기를 완전히 꺼뜨리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적정한 온기를 유지하면서 부적절한 투기 수요를 잠재하는 모습, 문재인 정부에 주어진 역할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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