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리스크·美긴축 속도조절 등 변화…가계부채도 더 지켜봐야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동결했다. 14개월 연속이다. 깜박이는 켰지만 핸들은 돌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 읽힌다.
한은은 31일 서울 태평로 한은 삼성본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8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동결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는 청와대의 금리인상 요구 논란 이후 처음 열려 더욱 주목도가 높았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최근 기준금리가 낮다며 인상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이 총재가 직접 나서 '한은 독립성'을 강조, 정면 비판했다. 금통위의 동결 결정은 정부 정책기조보단 경기판단에 무게를 두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한은은 '3%대 성장률'도 요원하다고 내다봤다.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따른 재정확대 효과보다 대내외 불확실성 변수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28일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서에서 "글로벌 경기 회복, 추경 집행 등에 힘입어 2%대 후반의 성장세를 이어가겠으나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은 높다"며 "북한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미·중 과의 교역여건 악화 가능성 등이 불확실성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성장률 3.0% 언급했던 지난달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인상 시그널 보내긴 했지만 숨고르기를 하며 시기를 늦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계부채에서 짐을 덜며 숨고르기를 할 여유도 생겼다. '1400조 가계부채'의 원인으로 저금리가 지목되면서 금리인상 압력이 컸었다. 또 이자상환부담을 고려하면 무작정 금리를 올릴 수도 없어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었다. 8·2 부동산대책이 시장에 먹혀들기 시작하면서 금리결정시 가계부채를 고려해야 할 이유가 절반은 줄어든 셈이다.
글로벌 긴축 흐름이 주춤한 것도 금리인상 압박을 덜어줬다. 올 초까지 글로벌 경기회복세로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던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최근 속도조절로 입장을 바꾸면서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은 9월 자산매입 축소, 12월 금리인상 등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기조를 예고했지만 예상보다 둔화된 물가상승률이 변수로 떠올랐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여파를 지켜봐야 하는 동시에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주춤해진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시그널을 좀 더 준 다음에 금리를 올리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다"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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