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는 18만8000여명이고 지난 6월 출생아 수는 2만9000명 수준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1.03명(2016년 1.17)으로 최저 기록이 될 전망이다.
2006년부터 12년간 정부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쏟아 부은 예산은 124조원에 달하지만, 출산율 제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는 1차원적인 출산지원정책이나 이름만 저출산으로 포장된 정책들로 인해 결국 효과는 비극적이다. 지금이 저출산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정부 역시 특단의 조치로 기획재정부 내에 전담조직을 만들어 저출산 관련 예산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발표했다. 나랏돈을 관리하는 기재부가 저출산 관련 사업을 살핀다면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정책을 기대할 수 있을까.
중앙과 지방정부가 나름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대책을 내놓고 실행했는데, 왜 최선의 해결책은 나오지 않나. 우리가 왜 출산율 저하를 걱정하는지 생각해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출산율 저하로 인해 발생할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국가 존폐의 위기'와 '미래에 대한 불안', '국민연금 고갈로 연금혜택 못 받을 것 같다' 그리고 '복지정책 확대로 세금이 늘어날 것'(저출산국민인식조사, 2017, 인구보건복지협회)이라고 말한다. 결국 우리 사회를 유지하고 지탱할 다음 세대 구성원으로서 새로운 세대를 필요로 하면서 이제까지 해결책은 사회가 아니라 여성개인, 부부 즉, 개별 가정에게 요구해 온 셈이다.
출산율이 낮다는 것은 결국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결혼한 부부들은 첫 출산을 미루거나 둘째 아이를 낳지 않는 현상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와 대책을 얘기 할 때 우리는 대부분 부부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에 집중해서 양육지원정책으로만 대응해 왔다. 이제 국가와 사회가 다음 세대의 구성원을 어떻게 길러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오래 전 출산을 사회문제로 접근했던 스웨덴은 몇 번의 고비를 거쳐 90년대 말 1.5명으로 최저 출산율을 기록한 이후 이제야 합계출산율 1.88명에 이르렀다. 1930년대 출산율이 2.0명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할 때 위기를 느낀 스웨덴은 경제학자였던 군나르 뮈르달과 알바 뮈르달 부부의 연구를 바탕으로 사회정책을 통해 해법을 찾았다. 부부가 모두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양육은 사회가 부담하며 교육, 의료, 주택 등의 문제를 사회가 해결하라는 정책제안을 정부가 대폭, 수용하여 해결방안을 마련했다. 정책의 결과는 80년이 지난 이제서야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하면서 먼저 저출산고령사회 문제를 겪은 일본의 경우도 90년대 초부터 '엔젤 플랜' 등을 통해 20여년간 이런저런 대책을 펼쳐왔지만 저출산 추세를 되돌리진 못했다. 급기야 지난해 비정규직 임금을 올리고 장시간 노동시간을 줄이고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일가정양립이 가능한 직장문화를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이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 '1억 총활약 플랜'을 발표하고 사회 시스템을 통째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스웨덴이나 일본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르지만 저출산을 여성 개인이 아닌 사회문제로 접근하고 긴 호흡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동시에 장시간 근로, 육아휴직 등 많은 부분이 일가정양립과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와 연관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노동시장에서의 성평등이 증가하고 무급가사노동 분담이 성평등하게 이루어질수록 출산율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결국 생산 및 재생산노동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가능하다. '칼퇴근법', '저녁이 있는 삶',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육아휴직' 등 출산과 양육의 사회 시스템을 바꾸고 개인은 선택해야 할 시기이다.
김은희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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