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강조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실탄 마련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기재부의 '2016∼2020년 중기 재정지출 계획'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49.4%로 절반에 육박한다. 의무지출은 지방이전ㆍ복지분야 법정지출 등 법률에 지출의무가 규정되어 있어 줄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기계획에서 추산한 의무지출 규모는 204조원에 달한다.

문 정부의 7% 재정확대지출 방침을 감안하면 내년 예산 규모는 중기계획에서 추산한 414조원보다 14조원이 더 많은 428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예상보다는 조금 줄겠지만, 그래도 예산의 절반 정도는 '구조조정이 불가능한 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또 세출 구조조정의 대상인 재량지출도 당초 예상(209조원)보다는 늘겠지만, 인건비 등 경상비용을 제하면 사실상 부처 재량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은 200조원 남짓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정부는 178조원 규모의 문 대통령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세출절감으로 95조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인데, 이 중 세출 구조조정으로 조달하는 것이 5년간 60조원 정도다. 단순 계산으로는 매년 200조원의 5∼6% 정도로 감축을 5년간 진행하면, 60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절감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고작 1∼2%를 줄이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 문제다. 이명박 정부 때도 각 부처에 5년간 재량지출을 10% 줄이라는 지시가 떨어졌지만 이행률은 1∼2%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 역시 37조원을 세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한다는 목표를 마련했지만 실적은 저조했다.


구조조정이 좀처럼 쉽지 않은 예산의 속성과 예산을 계속 늘리려는 부처 이기주의가 결합한 결과다. 각 부처들은 언제나 정부의 계획보다 더 앞서서 예산을 늘리려는 경향이 강하다. 2016∼2020년 중기사업 계획기간 중 각 부처의 지출 요구액 증가율은 연평균 6.0%로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재정지출 증가율(2.6%)을 2배 이상 상회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재부에 예산 증액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 부총리가 휴가까지 반납하고 돌아와 강력하게 목소리를 냈지만, 정치인 출신 실세 장관들이 각 부처에 포진한 가운데 힘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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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다. 옛 기획예산처 간부 출신 인사는 "비효율적 재정지출이 상당히 많은데, 이를 줄이기 위해 예산실은 무조건 전년도 예산의 10% 감축이라는 지시를 부처에 내려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를 성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전두환 정부가 균형재정을 이룬 것 역시 대통령의 결단력에서 비롯됐다"고도 부연했다.


문 정부가 '종부세 트라우마'로 보편적 증세 카드를 쉽게 꺼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출 구조조정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결국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증세 없는 복지'를 표방했던 박근혜 정부의 적자국채 발행액은 5년간 160조원으로 이명박 정부의 1.5배, 노무현 정부의 5배 수준에 달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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