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찬 기타 사운드에 실린 멜로디 펀치

The Frames - Dance the Devil(1999)

The Frames - Dance the Devil(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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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를 아주 일찍 결정한 글랜 핸사드(Glan Hansard)는 열세 살부터 더블린의 거리에서 기타를 치기 시작했는데, 정작 그의 밴드 프레임스의 걸음은 꽤 더뎠다. 1990년에 데뷔작을 냈는데도 세 번째 앨범을 낸 건 20세기의 마지막 해가 되어서다. 물론 앨범이란 게 열정만 갖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닌데다가 2집과 3집을 녹음하는 가운데 겪은 잦은 멤버 교체나 레이블 이적 등이 원인이었다.


프레임스의 세 번째 앨범은 모국 아일랜드나 영국이 아닌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도 발매된 앨범이다. 영어라는 공통분모 덕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아일랜드 인디밴드가 미국에서 앨범을 발매하는 게 흔한 일도 아니다. 음악적인 원인이 더 크지 않나 싶은데, 90년대의 끝자락에 만들어진 이 앨범은 미국 록의 주류였던 얼터너티브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결과적으로 이 앨범은 모국에서 나름 히트하며 밴드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핸사드를 보면 거리 악사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이 앨범에서는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그가 떠오른다. 기타 노이즈를 머금은 리프와 멜로디 펀치 세례가 이어지는 ‘페이브먼트 튠(Pavement Tune)’과 ‘퍼펙트 오프닝 라인(Perfect Opening Line)’는 라이브를 한다면 개근시켜야 할 곡이다. 차분한 ‘플래토(Plateau)’나 ‘스타 스타(Star Star)’로 숨을 고르다가 ‘스타즈 아 언더그라운드(The Stars are Underground)’에서 다시 사운드를 폭발시키는 트랙의 배치 역시 영리하다.


잦은 멤버 교체 속에도 서로의 빈 곳을 정확히 메우는 밴드 사운드가 잔잔한 핸사드의 솔로 앨범과는 꽤 다른 묘미를 드러낸다. 꽤 거친 기타리프가 이어지는 곡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바이올린 솔로는 프레임스의 색채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 외에도 이 앨범은 ‘갓 블레스 맘(God Bless Mom)’, 제프 버클리(Jeff Buckley)를 추모하며 만든 ‘니스 더 비치스(Neath The Beeches)’ ‘댄스 더 데블 백 인투 히스 홀(Dance The Devil Back Into His Hole)’과 같이 반짝거리는 트랙들을 남겨둔다.

'원스(Once)'의 사운드트랙이나 스웰 시즌(The Swell Season)을 통해 핸사드의 팬이 된 사람들에게 이 앨범은 꽤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분명 현재 글랜 핸사드란 이름에서는 잔잔하고 아련한 감정을 담은 포크 음악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하지만 프레임스가 밴드이기에 줄 수 있는 이 앨범의 에너지와 꽉 찬 사운드의 포만감은 생소함을 즐거움으로 바꾸기에 충분하다. 프레임스 최고의 앨범은 아닐지 몰라도 프레임스의 베스트 앨범에 수록할 곡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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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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