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다니며 "나몰라라" 부동산 숨겨놓고 "돈 없다"…38세금징수과 동행해보니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제공=서울시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제공=서울시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애들 학비도 못줬다. 오죽하면 세금을 내지 못했겠나?"

13일 오전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직원들이 체납 세금 징수를 위해 성동구 한 아파트에 들어갔다. 집 주인 손모(67)씨는 15년째 종합소득세 3400만원을 체납 중이었지만 '돈이 없다. 찾을 수 있으면 찾아봐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손씨는 꼿꼿이 선채 조사관들을 노려보며 "세금 낼 돈과 재산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조사관들이 서랍과 옷장을 뒤져 부동산 문서를 찾아내자 결국 고개를 떨궜다. 시는 이 부동산을 공매에 붙여 체납된 세금을 징수할 수 있게 됐다. "체납된 세금이 있는 곳이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간다"는 38세금징수과의 노력이 성공을 거둔 순간이다.


하지만 매번 성과를 올릴 수는 없다. 손씨 집을 나온 조사관들은 곧이어 동대문구 제기동 한 고급 빌라(210㎡)에 대해 가택수색을 진행했지만, 세금 징수는커녕 당사자를 만나지도 못했다. 이 빌라에는 양도소득세 9100만원을 3년간 체납한 박모(80)씨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박씨는 눈에 띄지 않았다. 간신히 그와 전화 통화를 했지만 "지방에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조사관들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관련 법상 체납자의 거주가 의심되더라도 실제 실내에 있다는 확증이 없으면 가택수색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체납세금 징수에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기자가 허탈한 표정을 짓자 한 조사관은 또 다른 '성공 사례'를 들려줬다. 지난 3월 지방세 9800만원을 체납한 윤모(67)씨의 자택 수색 때의 일이었다. 2002년 이후 지방세를 내지 않던 윤씨는 부인과도 이혼을 하고 "돈이 없다"며 조사관들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소멸 시효가 14일 남았을 때 윤씨의 출입국 기록을 조사해보니 매년 수차례 전 부인과 함께 해외여행을 즐긴 것으로 확인됐다. 즉시 배우자의 집 앞에 잠복한 이틀째, 창문 밖으로 윤씨의 모습이 포착됐다. 곧바로 열쇠공을 불러 문을 따려하자 윤씨는 스스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곧 집안 가택수색에 나서자 윤씨의 전 부인이 즉석에서 체납액 9800만원을 계좌이체로 납부했다. 윤씨는 전 부인 명의로 강동구 천호동과 암사동에 임대료 수입만 월 2500만원을 올리는 수십억짜리 상가를 소유하고 있었다.

AD

조사관들은 이어 서초구 반포동 김모(68)씨의 집을 가택수색했다. 김씨는 작년부터 종합소득세 7억1900만원을 체납했지만 배우자 명의의 수십억원대 대형 아파트에 산다. 조사관들을 만난 김 씨는 여느 체납자와는 달리 "폐암에 걸려 투병 중인데, 사업체 처분을 마치는 데로 밀린 세금을 꼭 내겠다"고 했다. 조사관들은 김씨의 딱한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피아노와 냉장고 등을 압류하고 철수했다.

1000만원 이상의 고액 세급 체납자를 대상으로 징수활동을 벌이는 38세금징수과는 .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8조를 따 이름 붙여졌다. 최근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인 유소연 선수(27) 아버지가 16년간 체납한 지방세 3억1600만원을 내도록해 주목을 받았다. 김진욱 조사관은 "세금 징수과정이 모두 순탄하지만은 않다. 고액 체납자들은 본인 명의로 된 주소나 재산이 없다. 모두 아내나 자녀, 지인, 법인 명의로 돌려 놓는다"며 "정말 어려우신 분들 중에서도 세금납부 의지를 보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