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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의 갤러리산책] 멕시코 갱단서 선교사로…고메즈 이야기로 풀어낸 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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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진작가 앤드루 조지 '있는 것은 아름답다' 展
죽음을 앞둔 사람들 사진·자필편지·인터뷰 담아

앤드루 조지 작가가 마이클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앰디 인사이트 제공]

앤드루 조지 작가가 마이클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앰디 인사이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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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멕시코 갱단 멤버였던 마이클 고메즈는 마약중독자이자 범죄자였다. 하루에 많게는 다섯 번씩 10년 동안 마약에 빠져 살았다. 결혼은 세 번 했지만 공과금을 낼 능력은 없었다. 친구들은 모두 떠났다.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은 자살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총을 들고 유서를 쓰며 싸늘하게 굳은 자신을 상상했다.

위태로운 삶을 붙잡아준 사람은 아버지였다. '술과 마약에 빠지지 말고 더 나은 삶을 살아라' '진짜 사나이들이 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늘 말해주던 아버지에 대한 따뜻한 기억. 마이클은 새벽 6시만 되면 자신을 찾아와 '일하러 가자'던 아버지를 떠올렸다. 이후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멕시코에서 10년 동안 선교활동을 하며 선교단 여덟 개를 세우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그는 숨을 거두기 전 투병을 하면서도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했다.
고메즈의 이야기를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다. 미국의 사진작가 앤드루 조지(47)는 지난 2년 동안 로스앤젤레스 북부 미션힐스의 프로비던스홀리크로스 메디컬센터를 꾸준히 방문했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갤러리에서 문을 연 '있는 것은 아름답다' 전은 작업의 결과다. 죽음을 앞둔 사람 스무 명의 사진과 자필편지, 인터뷰 내용을 전시했다. 사진 속 인물은 대부분 죽었다. 그의 작품은 죽음의 공포를 극복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전한다.

조지는 사진이 글보다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전에는 일상생활의 평범한 아름다움을 주로 찾았다. 풍경이나 인물은 찍지 않았다. 이번 작품은 그로서도 예외였다. 조지는 "이런 프로젝트 전시는 본적이 없다.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에 자료조사를 하면서 겁이 나기도 했다. 작업하는데 마음을 모두 쏟았다"고 고백했다.

삶과 죽음에 관한 관점도 변했다. 그는 "이전에는 행복을 추구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 행복은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것처럼 그 순간에만 존재했다. 하지만 영원한 기쁨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것은 영구적으로 가슴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킴의 사진과 손글씨 작품 [사진=앰디 인사이트 제공]

킴의 사진과 손글씨 작품 [사진=앰디 인사이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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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최근 독거노인문제처럼 관련한 질병 및 복지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잘 사는 것만큼, 어떻게 잘 죽느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고 있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은 그럴 겨를이 없다. 전시는 잠깐이나마 죽음과 삶의 참된 의미와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조지는 "미국에도 고독사 문제가 있다. (자녀들이) 요양원 같은데 모시고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시아에는 노인을 공경하는 전통이 있다"면서 "건강한 사회라면 당연히 죽음을 앞둔 이들을 돌보아야 한다. 이 사실을 윤리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우리의 도덕적 의무다. 정부 차원에서 노인들을 도와야 하지만 말만으로는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보기에 "삶이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다. 이 일은 나이가 관계없다. 조지는 "(복지 문제도) 결국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번 전시의 큰 주제도 이분들이 '다른 사람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에 있다. 어쨌든 우리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품 속 인물들을 이해할 수 있다면 삶의 충족감과 기쁨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지의 작품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7만 관람객을 끌어 모았다. 아시아에서 하는 전시는 처음이다. 전시는 다음달 6일까지 계속된다. 성남아트센터(8월 24일~9월 1일)와 고양문화재단 어울림미술관(12월 28일~2018년 2월 28일)에서도 전시한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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