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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의 비극①]가정의 달에도…외면 받는 1인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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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몰랐던 그의 죽음...무너지는 가족공동체
가족법 보장 못 받는 1인가구, 법 개정 시급

[1인가구의 비극①]가정의 달에도…외면 받는 1인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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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지난 2월 서울 동대문구의 한 병원에서 숨진 송복철(74·가명)씨의 죽음을 가장 먼저 안 곳은 동대문구청이었다. 일반적으로 환자의 사망 사실은 보호자인 가족에게 알리도록 돼 있지만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의 사망은 구청에 접수된다. 암 치료를 받다 숨진 송씨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1인 가구로 오랜 기간 혼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다. 결혼을 했었지만 이혼을 한 상태였고 자식은 없었다.

동대문구청은 장례를 위해 연고자를 찾았지만, 나서는 사람이 없어 결국 전처에게 연락했다. 그는 이미 오래 전 송씨와 인연을 끊었다며 수습을 거부했다. 송씨의 유골은 경기도 파주에 있는 용미리 무연고 추모의 집에 묻혔다. 유골은 10년 동안 보관된다.
송씨처럼 병원에서 사망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도 있지만, 집주인이나 이웃주민 등이 무연고자의 사망을 경찰에 신고하기도 한다. 동대문구청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집주인이 오랫동안 방에 인기척이 없거나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신고를 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미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며 "무연고자들은 거의 혼자서 생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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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가족이 없어 가족공동체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1인 가구의 가족 역할은 누가, 어떻게 해야 할까.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대비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2045년 1인 가구는 36.3%로 전체 가구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65세 이상 1인 가구는 2015년에 비해 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5년엔 1인 가구 중 30대의 비중이 18.5%로 가장 높고 20대 17.2%, 50대 16.7% 순이었지만 2045년엔 1인 가구 중 70대가 21.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1인 가구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혼인과 출산이 줄고 이혼이 늘면서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인 핵가족 구성이 어려워진 데다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생겨난 결과다. 그러나 1인 가구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는 거의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진숙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내 가족 기본법인 '건강가정기본법(건가법)'이란 법률적 명칭부터 논란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명칭 때문에 양성과 2세대의 친밀한 관계로 구성된 핵가족이 아닌 그 외의 가족들, 예를 들어 1인 가구나 이혼부부, 한부모 가족, 사실혼 가족, 동성부부들은 건강하지 않은 가정을 지칭한다는 것이 추론 가능하다"며 "건강가정이라는 용어에 내재된 사회적 배제성은 정책적 용어로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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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건가법에 따른 가족의 정의다. 건가법 제3조를 보면 가족은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 단위로 정의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1인은 생활 공동체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정의 규정상 가정이나 가족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며 "1인 가구를 구체적으로 지원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이 같은 보수주의적 가족관은 특정 가족의 모델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어 1인 가구, 한부모, 노인 부부 등 다양한 가족의 여건을 고려한 정책이 나오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서울시는 시범적으로 1인 가구 지원을 위한 기본 조례를 마련했다. 서울시는 1인 가구가 30%에 육박하는데 법적 근거가 없어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1인 가구 조례안에 따른 1인 가구의 정의는 1명이 단독으로 취사·취침 등을 하며 생계를 영위하는 생활 단위다. 조례안은 이 밖에도 1인 가구 복지정책, 사회적 가족(혈연이나 혼인관계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생계를 함께 유지하는 형태의 공동체), 소셜 다이닝(1인 가구들이 모여서 취사와 식사를 함께하는 활동) 등도 정의했다. 현재 조례안을 토대로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해 1인 가구 실태조사 현황을 분석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택 정책이나 대부분 지원책이 4인 가구 중심이어서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만큼 정책의 변화가 필요해 조례안을 제정하게 됐다"며 "1인 가구는 가족 단위가 1명인 것으로 하나의 가족 구성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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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가법 개정안을 새로 발의하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제16대 국회인 2004년도에 제정된 건가법은 제20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총 29건의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 중 건강가정기본법을 '가족지원기본법'으로 개정하는 내용의 의안과 가족의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의 의안은 국회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러 사회 환경 변화에 따라 결혼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 가족 형태가 급속도록 변화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변화하는 가족 형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가족생활을 지원할 수 있도록 가족 관련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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