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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공약검증④]재벌개혁·파격복지…진보도 놀란 좌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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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일가 개인기업 설립 금지…사익편취·경영권 승계 막는다
당 일각 "실현될지 의문"…전문가 "시장경제 위배" 위헌 논란

[대선주자 공약검증④]재벌개혁·파격복지…진보도 놀란 좌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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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육아휴직을 3년으로 늘리겠다." "칼퇴근 시대를 열겠다.", "총수 일가가 계열사 일감을 몰아 받기 위한 개인회사를 설립하지 못하도록 하겠다", "비정규직의 채용 자체를 제한하겠다.", "초중고 자녀 1인당 10만원의 아동수당을 도입하겠다.", "국민연금 최저연금액을 80만원으로 인상하겠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이 지금까지 내놓은 공약들이다. 진보 진영에서 반색할 정도로 파격적인 내용이 대거 담겼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을 탈당하면서 '안보는 보수, 민생은 개혁'을 지향한다고 외친 바 있다. 그의 대선 공약에는 이 같은 신념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유 의원은 칼퇴근이나 육아휴직 3년 등이 단순한 복지 공약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경제 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논리다. 저출산·고령화를 극복하기 위해선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유 의원의 공약에 대해선 바른정당 내에서도 "나가도 너무 나간 느낌", "실현될지 의문"이라는 등의 반박이 나오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유 의원의 공약은 다른 후보들보다 디테일하다"고 평가한다. 공약을 내놓을 때마다 어떤 법안을 어떻게 개정하고 추진할지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 각종 공약에 따르는 수십조원의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원천 차단 = 유 의원의 공약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재벌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원천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재벌 대기업들이 사익을 챙기고 경영권 편법 승계를 위해 개인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시절 비슷한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유 의원의 경우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총수 일가가 계열사 일감을 몰아 받기 위한 개인회사를 설립하지 못하도록 하다"며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와 그룹 내 타계열사 간의 내부거래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더 나아가 동일한 기업집단에서 분리된 친족 재벌기업들 사이에 '서로 밀어주기 거래'를 하는 것도 규율하겠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재벌의 일감몰아주기를 제한하는 법률은 있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재벌대기업의 지배주주와 친족이 지분 3% 이상을 갖고 있는 계열사가 내부거래 비중이 30%가 넘을 경우 이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한다. 공정거래법은 재벌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사(비상장사는 20% 이상)가 일감 몰아주기하면 고발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는 오히려 정당한 내부거래까지 처벌하게 되고, 정작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는 제대로 막을 수 없다는 게 유 의원의 생각이다. 실제 관련 법은 강화되고 있지만 재벌들의 친족 기업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독립경영 인정기준을 충족해 기업집단에서 분리된 친족 재벌기업은 지난 10년간 300여 개에 달한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해 말 기준 대기업 집단 65곳 가운데 동일인 등의 지분율이 20%가 넘고, 내부거래 비율이 20% 이상인 회사를 분석한 결과 10대 재벌 가운데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8곳의 31개 회사, 65명의 재벌 친족들이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26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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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은 개인 회사 설립 자체를 못하게 되나? = 유 의원의 공약이 발표되자 재계와 학계에선 "위헌적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회사를 자유롭게 설립하고 경영을 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 의원 측은 회사 설립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 관계자는 "공약의 내용을 강조하다 보니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의 공약 설계를 맡고 있는 이종훈 전 의원은 "일감 몰아주기를 전제로 한 회사 설립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벌 총수가 개인 회사를 세우면 자동으로 계열회사로 편입되고 설립 목적을 쓰게 되는데, 그 목적에 따라 허가를 내줄지 말지를 결정하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재벌 대기업의 내부거래 자체는 특별히 제한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헌적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재벌 대기업이 왜 기회를 독점해서 돈을 벌고 회사 돈을 빼먹는가"라면서 "내부거래를 하더라도 지분을 정당하게 투입해서 해야지 왜 그 회사가 재벌 총수 개인의 것이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 등 재벌 대기업들이 지금까지 해 온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경영권 승계 등의 행태는 규제하고 정상적인 내부거래는 그대로 두겠다는 의미다. 폭스바겐 등 해외 기업들은 자회사를 통해 물류서비스 등을 제공하지만 계열사가 거래량에 따라 출자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재벌들의 사익편취나 경영권 승계 문제가 없다.

유 의원의 일감 몰아주기 금지 공약에 대해선 재계와 학계 등 안팎으로 우려의 시각이 우세하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직업선택·영업활동의 자유 등 헌법의 근간을 헤칠 수 있다"면서 "재벌 대기업이라고 처음부터 회사 설립 자체를 못하게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더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관련 법이 이미 충분히 강화된 상황에서 더 이상 일감 몰아주기라는 표현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거래까지 범법행위로 몰아가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위헌 논란이 일 것을 알고도 이런 공약을 발표한 건 정치적 계산 때문이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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