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연예인 시켜줄게" 속여 음란물 촬영 빈번…출연 사실 알린다고 협박도

[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이은혜 기자] 일본에서 ‘연예인을 시켜주겠다’고 속여 계약을 맺은 뒤 포르노 등 음란 영상물 촬영을 강요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 내각부는 인터넷을 통해 모델이나 아이돌로 육성해주겠다며 계약을 맺은 15세부터 30대까지의 여성 197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에 진행한 실태 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그 결과 4명 중 1명 꼴인 27%가 계약 외의 성행위의 촬영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요구를 받은 사람 중 32.1%인 17명은 협박으로 인해 음란물 촬영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구에 응한 주요 이유(복수 응답)는 '돈이 필요해서'(35.3%), '계약서에 쓰여 있다는 말을 듣고'(29.4%), '(매니지먼트) 사무소와 매니저 등 많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말을 들어서'(23.5%) 등이었다.

피해자들은 촬영을 거부할 시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았다. 또 촬영에 응한 후에는 '음란물 출연 사실을 알리겠다'며 계속 다른 영상을 촬영하라는 강요가 이어졌다.

피해를 본 여성 대부분은 수치심으로 인해 주변에 이를 알리지도 못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시민단체인 '휴먼라이츠나우'가 음란 영상물 촬영 강요 사례를 알린 뒤 사회 문제가 되자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연예인 지망생 외에도 카페나 관광안내소 등의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고 광고를 낸 뒤 찾아온 여성에게 음란물 촬영을 강요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음란물 출연 강요로 피해를 받은 여성들을 구제하기 위해 2020년까지 전체 광역 지자체에 상담과 치료를 함께 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젊은 피해자가 상담을 위해 정부 기관을 직접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디지털뉴스본부 이은혜 기자 leh9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