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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이 위기 불렀다…차기 대통령 '안보' 능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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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 노재봉 전 국무총리

국회가 갈피 못 잡는 정국 자초…데모 지원기관으로 전락
朴 대통령 '사적권력'에 치중…'설득권리' 포기 문제 커져

노재봉 전 국무총리./윤동주 기자 doso7@

노재봉 전 국무총리./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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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대통령 탄핵소추, 특검, 조기 대선 가시화, 분당, 탈당…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불안한 정국이 이어지면서 헌정(憲政)의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유력 대선주자였던 반기문 전 UN(유엔) 사무총장이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정국은 다시 한 번 요동치고 있다.
국민들은 국가적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지도자를 기대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이끌 다음 지도자는 어떤 덕목을 갖춰야 할까. 현실 정치를 경험한 원로 정치학자인 노재봉 전 국무총리(82)의 생각이 궁금했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동 노 전 총리의 개인사무실에서 약 1시간 인터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 정국을 어떻게 봅니까.
"한 마디로 헌정 위기다.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헌법을 위반해야 하는데 정책으로 움직이는 것과 사적인 것의 구분이 쉽지 않다.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건 보통사태가 아니다. 검찰 조사만 갖고 탄핵 소추안을 (국회가) 가결했다. 그리고 또 특검을 한다. 이것도 끝이 안 났는데, 헌법재판소도 조사하고 있다. 뭐가 기준이 되는지 모르겠다. 국민들이 냉정하게 뭐가 뭔지 판단하기 어렵게 됐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현 정국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치적 포퓰리즘 때문이다. 대의기관을 만들었으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의기관에서 정치적 문제를 흡수해야 한다. 그런데 대의기능을 포기하고 데모(촛불집회)에 합류를 했다. 국회라고 하는 것이 사실상 데모를 지원하는 기관 밖에 안 됐다. 여야 모두 똑같다."
-2001년 쓴 칼럼을 보면 정치 불안정의 원인으로 '사적 권력'을 꼽았는데, 정권마다 반복되는 이유는 뭔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신의 안투라지(수행단·참모)를 데리고 (청와대에) 가는 건 미국도 그렇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들 이외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게 문제다. 국정을 위해선 밖에서 인재를 구해야 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도 각료는 외부에서 구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선 그러지 못했다. 소위 말해 가신정치를 해왔다. 그들을 통해 권력에 복종하게 해 문제였다."

-최순실 게이트가 이렇게 커진 이유가 뭔가.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권리인 '설득 권리'를 포기했다. 시도조차 안 했다. 대통령이 사람을 잘 안 만나고 기자회견도 잘 안 하고 이런 게 축적된 데다 최순실 문제가 연결되면서 사태가 커졌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한테 얼마나 조언을 구했는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하지만 납득할 만한 사람한테 조언을 구했으면 문제가 안 됐을 것이다."

-반기문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내 제자다. 서울대 교수 할 때 내 수업도 들었다. 국무총리 할 땐 외교부 국장이었고 따로 만나고 했다. 귀국 이후 (대통령 당선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렇게 됐다. 선거에서 표를 받기 위해선 조직, 이념, 돈 3가지가 필요하다. 요즘은 선거가 깨끗해져서 돈은 차치하더라도, 조직이 필요했는데 세력 결집이 하루아침에 안 된다. 정당 차원의 정치세력을 갖든지, 시민세력을 규합해 가든 선택해야 했다. 이데올로기(이념) 노선도 분명하지 않았다."

연정·협치는 책임 회피 수사…潘, 조직·이념서 밀려
개헌보다 선진화법 개정 더 시급…사드는 방어 무기

노재봉 전 국무총리./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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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꾸려졌다. 대선주자들도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87년 체제가 수명을 다 했다고 보는가.
"권력구조를 손보는 개헌보다 책임정치 구현하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이 더 시급하다. 지금은 책임을 아무도 질 필요가 없다. 소수는 반대만 하면 된다. 야당이 다수당이 되니 마음대로 하고 있다. 현재 개헌안도 구체적으로 없고 논의도 공허하다. 의원내각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는 권력 분립이 아닌 '권력유합(癒合)'으로 입법과 행정을 모두 갖는 막강한 권한이다. 내각책임제하면 민주주의고 대통령제는 독재라는 식의 카테고리로 분류해선 안 된다."

-정치권에서 연정·협치 얘기가 많다.
"정치인들의 레토릭(수사)이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야당이 추천하는 총리를 세우겠다고 해서, 박 대통령이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야당이 추천하지 않았다. 국회서 개헌하자고 해서 (박 대통령이) 개헌안을 달라고 하니까. 또 안 냈다. 처음부처 그게 목적이 아니었던 거다. 전형적인 정치적 수사다."

-다음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뭔가.
"국가와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안보' 능력이다. 안보가 바탕이 돼야 경제 발전과 민주주도 가능하다. 당장 우리 눈앞에서 위협이 부딪히고 있다. 북핵과 분단 상황 같은 것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국제관계에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도, 그에 대한 관념이 약하다. 평화는 힘이 뒷받침 돼야 한다. 외교는 말로만 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산업혁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군이라는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를 강력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큰 지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보기엔 미국의 손해가 크고 엉뚱한 놈만 키워줬다는 것인데, 여기서 판단이 갈린다. 구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인지, 아닌지는 좀 더 있어봐야 안다. 하지만 미국이란 나라가 고립돼 나갈 순 없다. 세계 질서에 대한 책임을 안지고 싶어도 져야 하는 슈퍼파워다. 그걸 트럼프가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를 좀 더 봐야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여전히 논란이다. 야권에서는 철회하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보복을 가하고 있다.
"사드는 무기 성격상 방어적이다. 저 쪽(북한)에서 쐈을 때 타격을 안 하면 우리가 당할 도리가 없지 않나.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중국을 통해 북핵을 막으려고 했는데, 판단 오류였다. 중국은 한반도를 자신들의 영향권 안에 두기 위해 천안문 망루에 박 대통령도 부르고 답방도 했다. 중국은 우리가 자신들과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의도를 우리가 모르고 사드를 배치하니 저렇게 된 거다. 처음부터 천안문 위에 안 갔어야 한다. 안보 지형 자체를 미국과 강화했어야 한다."

-국정교과서를 지지했는데, 여전히 논란이다.
"사람들이 역사를 과거 완료형으로 생각한다. 일제가 조선 백성을 사랑해서 침략했나.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했다. 우리는 그에 대한 엄청난 비용을 치렀다. 위안부 문제 등등이 그렇다. (현재 교과서는) 과거 회귀형으로, 과거는 다 잘 됐다고 써 놓았다. 그렇다면 왜 망했나. 조상들이 잘못한 부분들이 있었다. 이런 부분과 국제정치 문제 등을 제대로 다뤄야 한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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