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리스크 대응나선 기업들]삼성전자, 미국에 폰공장 신설도 검토
트럼프 리스크 해소 위해 가전 공장 검토 이어 전방위 대응
탄핵 정국으로 기업 개별 대응 불가피…이재용 부회장 발묶여 지연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삼성전자가 미국에 휴대폰 공장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보호무역 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당초 삼성전자는 가전 공장 건립을 모색했지만 최근 들어 휴대폰 공장을 세울 수도 있다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이는 '트럼프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투자 목적을 정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대응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31일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은 10조원 이상 투자가 수반되는 데 비해 가전이나 휴대폰 공장은 2000~3000억원 규모로 건립할 수 있다"며 "(가전과 휴대폰 중) 어느 쪽이 투자 효과가 뛰어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TV,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 공장을 미국에 설립할 것을 검토해왔던 삼성전자가 휴대폰 공장 건립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투자 목적을 못 박지 않고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가전 대신 휴대폰 공장을 건립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곳에 올해 상반기에만 10억 달러(약 1조16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반면에 TV는 미국 국경에 위치한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만들고, 멕시코 케레타로 공장에서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생산한다. 휴대폰은 브라질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멕시코나 브라질 공장으로 미국으로 이전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하지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전 비용이 신규 설립보다 더 많이 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전 가능성을 일축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투자 목적을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보호부역주의 정책들이 빠르게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적자 대상국을 대상으로 보호무역 조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한국산 휴대폰도 언제 영향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공장 설립 검토 대상에 가전뿐 아니라 휴대폰까지 포함한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탄핵정국'으로 인해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무너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개별 대응에 나설 수밖에 처지를 지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기업들이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만큼 경영 활동에 대한 제약이 최소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분노가 사회를 지배해 밥상(경제)을 걷어차고 있는 형국"이라며 "기업의 잘못에 대해서는 벌을 받아야 하지만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수준에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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