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홈쇼핑 인허가 권한 '막강'
기업들 정권 눈치안볼수 없어

정부 인허가의 덫…그룹 명운 걸린 기업들의 비애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박영수 특별검찰팀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433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뇌물공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계기로 정경유착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부가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수 있는 인허가권을 쥐고있는 탓에 기업이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줄여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상장사는 지난달 26일 기준 281개 종목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5% 이상 대량 지분을 보유한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는 지난해 9월말 기준 62곳으로 전체 10대 그룹 상장사(89곳)의 69.6%에 달한다. 이 중 국민연금이 10% 이상 대량 지분을 확보해 주요 주주로 등재된 곳도 16개나 된다. 기업에서 경영권 분쟁 등이 발생할 때 5%의 힘은 크다. 500조원이 넘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한 기업의 경영권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만큼 정권의 입맛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인허가 권한은 더욱 막강하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마천루를 올리기 위해서도 인허가는 필수고, 수천억원을 쏟아 붓고 건설을 마무리한 이후에도 교통문제와 소방점검 등 각종 점검과정을 거쳐야 한다. 소비자의 생명이나 안전과 직결되는 산업일수록 인허가 규제는 더욱 깐깐하다. 문제는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데다 정보공개마저 미흡해 끊임없이 특혜 의혹을 낳는다는 것이다.

AD

대표적인 사례가 시내면세점 특허권이다. 면세점은 세금을 면제하는 매장인 만큼 정부의 관리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잇따른 1~3차 시내면세점 추가특허 입찰 과정은 끊임없이 특혜의혹을 낳았다. 면세점은 2013년 관세법 개정 이후 5년마다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권을 쟁취해야 한다. 종전에는 10년마다 재승인을 받는 방식이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롯데와 SK의 경우에도 2015년 특허만료로 수십년간 운영하던 면세점을 문 닫은 이후 진행된 3차 신규특허 입찰이 K미르 재단 기부금의 댓가가 아니냐는 특혜의혹을 샀다. 면세점 입찰 경쟁은 소득이 높아진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로 쏟아지면서 면세점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들이 늘어났고, 정부가 특허권 남발로 보조를 맞추면서 매년 전쟁터가 되고있다. 그 결과, 신규 면세점으로 지정된 기업이나 고배를 마신 기업 모두 로비 및 특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5년 시한부 면세 사업권은 경영 리스크도 있지만, 고용 측면에서도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은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등의 규제로 몸살을 앓아왔다. 홈쇼핑 업태의 경우에도 5년마다 특허가 갱신되는 구조여서 살얼음판을 걷기는 마찬가지다. 이같은 규제는 정권에 괘씸죄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기업들이 보험용으로 지갑을 여는 행태를 반복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기업들의 기를 살려주면서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며 "정부의 과도한 경제개입이 오히려 정경유착의 고리가 되고있다"고 지적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