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생명체인 개미에게는 지구 표면이 '무한평면'이나 다름없겠지만 머나먼 시공간에서 바라본다면 지구는 둥그렇고 작은 원형의 물체로 비칠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비유 가운데 하나이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적 원리가 상대성이론의 적용을 받는 것처럼 사회과학이나 경제에서도 상대성이 강하게 작용한다. 요즘 주변에서 자주 들리는 단어가 '1%' 라는 말인데, 얼핏 들으면 '무엇의 100분의 1'에 불과한 별것 아닌 작은 숫자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1%가 엄청나게 큰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집안 온도가 섭씨 1도 정도 오르는 것은 별 일이 아니지만 지구 전체 평균 온도가 1도 오르면 태풍, 한파, 눈 폭풍 등 온난화의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100분의 1의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체감하는 충격이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근자에 상대성 논란으로 화제가 된 1%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이 탄핵의 부당성에 대한 논거의 하나로 "대통령의 국정수행 총량 대비 최순실 등의 관여비율을 계량화한다면 1% 미만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는데 1%를 '아주 적은 부분'이라는 뜻으로 사용했겠지만 이 말을 들은 다른 사람들은 그 1%를 한국의 연간 GDP나 예산과 연계시켜 천문학적인 금액이라고 반박했다. 한국의 2016년 예산이 386조7000억원이니 그 1%면 거의 40조원에 육박하는 큰 피해를 한국경제에 입힌 셈이라는 주장이다.


그 1%의 의미가 올 들어 특히 크고 무겁게 느껴지는 주요부문이 경제성장률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을 2.4%로 하향조정하면서 구조조정 압력으로 내수부진이 악화되고 글로벌 불확실성 때문에 수출 둔화폭이 커질 경우 경제성장률이 1%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함께 내놨다. "아무렴 설마 그렇게까지야..." 싶겠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은 생각보다 높다.

우선 소비심리가 급속히 냉각돼 곳곳에 '눈물의 폐업신고' 표시나 알림 전화문자가 눈에 띈다. 그동안 인공으로 불을 지핀 부동산 및 건설경기의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올 하반기에는 부실 산업이나 기업 구조조정 압력이 가중될 것이다. '구조조정'은 한마디로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몸집을 줄여 실업자가 양산된다는 가혹한 현실을 돌려 말한 것에 불과하며, 유례를 찾기 힘든 정책 리더십의 부재가 조기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사회안전망이 없는 구조조정, 비효율적인 구조조정 때문에 불황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대외경제 측면에서도 갖가지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중동의 유가상승과 미국의 금리인상 압력이 저변에 작용하고 있는 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하기 어려운 돌출 정책이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이 글로벌 경제 질서 유지의 중심축 역할을 포기하고 자국위주의 강압적 행동에 나서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을 자극하고 환율전쟁, 통상전쟁을 일으킬 경우 그 파장이 전 세계에 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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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적으로 대외경기에 예민한 소규모 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의 한계를 지닌 한국경제가 받을 충격은 더 커진다. 여러 가지 예측 시나리오가 동시에 나쁜 쪽으로 작용해 만에 하나 경제성장률이 1%대가 현실화하면 국민들이 체감하는 실업의 고통과 두려움, 사회적 불안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기'가 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 은 올해 경제성장률 1%대의 무게를 특히 무겁고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경제가 힘들어지면 합리적이고 순차적인 정치개혁도 물 건너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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