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취임…금융위 제청 직후 노조사무실부터 찾아 "머리 맞대자" 제안
김 내정자가 임명 제청 받은 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기업은행 본점 18층에 위치한 노동조합 사무실이었다. 그는 직접 노조위원장과 만나 "(신임 행장으로서) 앞으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좋은 아이디어를 달라"며 "은행을 위한 비전을 머리 맞대고 함께 논의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기업은행은 성과연봉제, 통상임금 소송 등 해결해야 할 노사 문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김 내정자의 대화 의지를 환영하는 동시에 철저히 검증하고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130조원에 달하는 중소기업 여신을 제공하고 있는 기업은행에게 내년은 결코 쉬운 해가 아니다. 이달초 금융 당국이 중소기업 신용위험도를 평가한 결과 176개 중소기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취임 첫 해부터 무거운 과제를 짊어든 김 내정자는 "내년 경기를 고려해 중소기업 금융지원 공급량을 당초 계획보다 다소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도 "은행의 생존 문제도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도 그 어느 때보다 철저히 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이달 말께 이사회를 열고 내년도 공급 물량을 포함한 경영계획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김 내정자는 "기업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던 외환위기 때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정책금융과 관련된 여러 가지 임무를 부여받았고 그때 마다 잘 헤쳐 왔다"며 "앞으로 넘어야 할 파고(波高)가 많지만 그 시절을 참고해 잘 해보겠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오는 28일 김 내정자를 임명할 계획이다. 김 내정자는 같은 날 정식 취임하게 된다. 김 내정자는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과거 지향적'인 측면이 있다"며 "미래에 무엇을 해야 할 지,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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