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증가로 전세 거래 더 늘것"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서울 광장동의 전용 59㎡ 아파트에 보증부월세(보증금 1억원·월세 80만원)로 살고 있는 김정대(가명)씨는 전세로 바꿔 재계약 하자는 집주인의 요청을 거절하고 하남 미사지구 새 아파트로 이사를 결심했다. 김씨는 "아파트도 오래됐고 집주인 재정상태도 안 좋아 집이 경매로 넘어갈 우려가 커졌다"며 "하남미사는 싼 전셋집이 많아 전세자금대출을 갚을 여력이 생기고 주거 환경도 좋다"고 말했다.
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전세 거래량은 1만59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333건) 대비 21% 증가했다. 이로 인해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했다. 10월 월세 비중은 43.6%였는데, 이는 연중 최저치다. 지난 3월엔 47.1%까지 높아진 바 있다.
이런 변화는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린 시점과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4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9월 말 대비 최대 0.9%포인트 오른 상태다. 게다가 기준금리가 상승하고 입주 물량까지 크게 증가할 경우 전셋값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지며 전세 거래는 자연스레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전셋값 상승률은 1% 초반대로 예상된다. 지난해까지 연평균 6%의 상승률을 보이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내년 공급증가 등의 요인으로 집값이 제자리걸음할 경우 전셋값 상승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전세 거래 확대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입주물량이 내년에는 52만 가구에 달하고 2018년엔 더 늘어 정점을 찍어 국지적인 역전세난과 깡통전세 우려가 높아질 걸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매매와 임대차 거래 등에 전반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정된 입주 물량 대부분이 하남미사, 김포한강, 동탄2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역전세난과 전셋값 하락 등은 국지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허 연구위원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전세자금대출 금리 또한 올라 무주택자들의 탈(脫)서울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며 "다만 전세 수요가 많은 서울과 주요 도시의 도심과 그렇지 않은 곳의 임대차 시장 변화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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