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 23일 오전 "'29일까지 대면조사를 요청한다'는 취지의 대면조사 요청서를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전달했다"며 다시 한 번 조사 시한을 못 박았다. 박 대통령이 지난 4일 두 번째 대국민담화에서 "검찰조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이후 검찰이 세 번째로 대면조사 일정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검찰조사 수용 가능성은 낮다.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 측에서 특별검사 조사를 앞뒀다는 것을 이유로 서면조사라면 받아들이겠다고 역제안을 하거나 지난 20일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이후 거세게 검찰을 비판했던 것과는 달리 한결 누그러진 톤으로 본인을 변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접한 지난 20일 '환상의집, 사상누각' 등의 표현을 써가며 검찰을 거칠게 비난하고 수사에 일절 협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검찰이 조사도 하기 전에 결론을 내려 발표했다'거나 '수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언급하면서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이 직접적이고도 노골적인 방법으로 공권력을 부정한 것이다.
검찰은 27일 차은택(47ㆍ구속기소)씨를 기소하면서도 공소장에 박 대통령과 관련한 내용을 4차례나 적시했다. 이 중 3차례는 KT에 차씨와 최씨 측근을 광고 담당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한 뒤, 이들을 이용해 최씨가 실소유한 광고회사에 KT가 68억원어치의 일감을 몰아주게 한 혐의와 관련돼 있다.
또한 검찰은 박 대통령이 차씨와 최씨, 안 전 수석과 함께 공모했다며 직권남용과 강요의 공범이라고 공소장에 적었다.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규정한 검찰은 현재 '박근혜-최순실-재계'를 잇는 자금흐름을 토대로 대가성 규명에 진력하고 있다. 지난주 삼성, 롯데, SK 등 재단 출연이나 추가 후원, 승마 지원 등 각종 명목으로 최씨 측이 자금거래를 타진했거나 실제 성사된 국내 대기업들을 줄줄이 압수수색했다. 다만 뇌물죄 성립을 위해 규명해야 할 '부정한 청탁'의 존재는 박 대통령 본인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21일 사의를 표한 김현웅 법무부장관의 사표를 아직 수리하지 않고 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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