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연일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치킨집들이 '의도치 않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스포츠보다 뉴스가 재밌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지난 여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보다도 치킨수요가 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불미스러운 사태로 매출이 증가하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다며 아이러니한 상황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가 있었던 지난 12일, 인근의 치킨전문점들은 때 아닌 성수기를 맞았다. 이날 집회에 참가했던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치맥(치킨+맥주)을 찾으면서 매장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이날 시청앞은 물론 종로3가까지 거리행진을 해서 종로 곳곳의 매장 매출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저녁에 촛불집회 관련 뉴스를 보면서 치킨을 시켜먹는 수요가 생기면서 배달주문도 덩달아 늘었다. bhc의 경우, 지난 주말 1370여 개에 이르는 전국 매장 매출은 총 7%가량 증가했으며 BBQ 역시 전체 매장 매출 증가율이 한 자릿 수로 소폭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별히 스포츠 중계나 이날 하루 반짝 세일 등의 이벤트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 정도의 매출이 증가한 이유로는 '촛불집회 이슈' 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치킨뿐만 아니라 이번 최순실 사태로 예상치 않게 주목받는 술도 있다. 미국 맥주 '올드 라스푸틴'은 기존까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있은 수입맥주였지만 최근 '최순실 맥주'로 불리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올드 라스푸틴에는 러시아의 '괴승', 라스푸틴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외신에서 그를 최순실에 빗댄 이후 관심이 높아진 것. 떠돌이 수도사였던 라스푸틴은 최면술을 내세운 신흥종교로 니콜라이 2세 아들의 병을 치료, 이후 왕과 왕후를 대신해 국정까지 제멋대로 휘둘렀고 끝내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를 몰락으로 이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때 같았으면 제품 홍보에 적극 나섰겠지만, 좋은 이슈로 조명받는 게 아니라서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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