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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학교 우유급식, 최저입찰제 개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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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헌 서울우유협동조합 조합장

송용헌 서울우유협동조합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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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시행된 학교우유급식 최저가입찰제가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함은 물론, 낙농기반까지 흔들게 하며 우유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교 우유급식은 한창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필수영양소를 공급해 고른 영양섭취를 통한 신체발달과 건강을 유지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또한 저소득층과 일부 차상위계층 가정의 학생에게 무상우유급식 지원을 통해 영양불균형을 해소하고 있다. 그리고 우유 음용 습관을 조기에 형성시켜 우유 소비 기반을 확대해 낙농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실시하는 정부시책 사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학교 우유급식의 최저가입찰제가 올해 초 본격 시행되면서 학교 우유급식의 목적성이 흔들리고 있다. 도시와 농촌 학교 간에 우유급식 가격이 몇 배 차이가 나거나 도서·산간지역의 일부 학교에서는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아예 없어 우유를 공급 받지 못하는 등 도·농간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매일매일 학교에 우유를 제공해야 하는 업체들에게 도서·산간지역 우유 공급은 물류비 부담을 키운다고 하소연을 하니 업체만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수도권의 60여개 학교에서는 평균 단가보다도 상당히 낮은 입찰단가로 학교우유급식업체로 선정된 후, 중간에 우유를 조달할 수 없어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업체 간의 과당 경쟁은 학생들에게는 학교 우유급식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우유 생산 업체에게 부담을 가중시켜 결국 우유급식 사업 참여를 기피하게 만들 수 있다.

학교 우유급식의 소비자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우유 선택권을 제한받는다. 최저가입찰에 따라 업체가 선정이 되기 때문에 선호하는 우유의 브랜드나, 품질, 맛 등을 선택하지 못하고 낮은 단가로 입찰된 업체의 우유를 어쩔 수 없이 마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우유는 살아 있는 젖소에서 채집하는 축산물인 만큼 어느 날은 우유를 적게 짜고, 어느 날은 우유를 많이 짜는 등 수급조절이 원활하지 않은 상품이다. 그렇다 보니 업체들은 원유가 남는 시기에는 잉여 원유를 해소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최저가입찰제에 뛰어들지만, 구제역 상황 등으로 원유가 부족하게 되면 학교 우유급식을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제시한 무상급식 공급단가인 리터 당 430원은 재료비와 물류비를 고려하면 원가를 밑돌아 우유 급식은 채산성이 없다. 우유 업체들은 일 년 중 방학기간 등을 제외하면 약 180일 정도만 학교에 우유를 공급하는데 방학기간 동안 남는 원유를 분유로 저장해야 하기 때문에 재고 부담도 져야 한다. 그리고 이 분유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탓에 업체들은 이중으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전체 우유시장에서 약 10%를 차지하는 급식시장이 이렇듯 출혈경쟁을 벌여 최저가 입찰에 업체들이 뛰어든다면 결국 그 손실은 쿼터 삭감 등의 형태로 낙농가에게 고스란히 전이된다. 나아가 학교 우유급식시장의 붕괴는 물론 국내 낙농산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기에 우유 업계가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 우유급식은 학생의 건강과 성장, 낙농산업 발전을 위한 공공성이 높은 국가시책으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경쟁에 의한 시장원리로만 봐서는 안 될 것이라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학교 우유급식의 근본 취지와 목적을 다시금 되짚어 학생들의 건강을 지키고 낙농산업의 발전도 꾀할 수 있도록 현행 제도가 하루빨리 개선되길 바란다.

송용헌 서울우유협동조합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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