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후보 시절 "옐런 신뢰 안 해"…美12월 금리 인상론 불확실해져
다수의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9일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국내 은행권의 관심은 일제히 '미국 금리 향방'에 쏠렸다.
한 시중은행 외환상품영업 관계자는 "만약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됐다면 미 연준 정책은 시장의 예상대로 12월 금리 인상을 단행했겠지만, 트럼프는 옐런 의장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며 "미국 금리의 예상 경로가 불확실해졌다"고 내다봤다.
반면 또 다른 시중은행 글로벌담당 관계자는 "트럼프가 후보 시절 옐런 의장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하긴 했지만, 미국은 금리 정책에 대해서는 독립성이 보장되리라 본다"며 예상대로 미국이 12월 금리 인상을 추진할 것이라는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금리에 대해서는 쉽사리 단언하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이미 12월 금리 인상 준비를 마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옐런 의장에 대한 교체카드까지 꺼내들면서도 '금리 인상' 자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한 적은 없다. 결국 금리 인상은 '시기'의 문제라는 점에서 트럼프가 연준 정책대로 12월에 진행하도록 둘지, 아니면 내년 이후로 넘어가도록 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한 마디로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국내 은행권은 우선 외화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오후 금융당국이 각 은행 외환 담당 임원을 긴급 소집해 관련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시중은행들의 외화 여유자금과 차입 여건이 대체로 양호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는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관련 대비를 단단히 다잡는 분위기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연구위원(박사)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에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국내 정치리스크와 북한 핵 문제에 더해 '트럼프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외국인 자금 유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외환당국의 변동성 완화 노력과 함께 외화부채 비율이 높은 국내 금융기관의 경우 부담요인이 크다는 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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