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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조조정' 헛다리 짚었다…화학업계 오히려 증산

최종수정 2016.11.07 11:10 기사입력 2016.11.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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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감축 권유한 제품 가격 오르자, 업체는 되려 증산 결정
한화케미칼 PVC 생산량 내년에 늘릴 계획
정부 구조조정 진단 4개 품목, 최근 가격 반등…감산 논의는 진전 없어
화학업계 "한치 앞 내다보지 못하는 구조조정안은 도움 안 돼"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화학업계가 정부로부터 생산량 감축을 권고 받은 제품 생산량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 "공급 과잉이어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정부 판단과 달리 시장에서는 수요 확대 기대감으로 제품 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서다. 결국 정부의 진단이 잘못된 셈이어서 '정부 발(發) 구조조정'은 상당 부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플라스틱 원료인 PVC(폴리염화비닐) 생산량을 내년에 더 늘리기로 했다. PVC는 정부가 증설을 중단해야 한다며 "중국시장에서 공급과잉ㆍ수요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 품목이다.
그럼에도 한화케미칼은 중국 닝보 법인의 PVC 일일 생산량을 현재 1100t에서 내년 1200t까지 늘리겠다고 내부 방침을 정했다. 중국의 PVC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 아시아 기준 PVC 가격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기준 t당 720달러에서 10월 920달러까지 올랐다.

변수는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려는 중국 정부의 석탄 사용량 제한 방침이었다. 중국 PVC 공장들은 석탄을 원료로 쓴다. 그런데 석탄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며 석탄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올해 초에 비해 두 배 오른 석탄 가격은(1월 t당 49.83달러→10월 92.59달러) 고스란히 중국 업체의 원가부담으로 이어졌다.

PVC가 원래부터 잘 나가던 품목은 아니었다. 한화케미칼이 2011년 닝보 법인에 PVC 공장을 세운 이후 중국의 생산 증가, 건설경기 위축으로 적자를 냈었다. 흑자로 돌아선 건 지난해였다. 한화케미칼이 물류비와 원가 개선을 통해 4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던 덕분이다.
올해는 시황이 점점 개선되며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만 작년 한해 영업이익(160억원)을 넘어섰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우리는 석유를 원료로 PVC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중국 공장들과 달리 저유가 혜택을 봤다"며 "중국 환경규제는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PVC 가격은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PVC 뿐만 아니라 정부가 지목한 나머지 3개 구조조정 품목도 최근 가격이 모두 올랐다. PS(폴리스티렌)은 올해 내리막을 걷다가 10월 들어 반등했다. 테레프탈산(TPA)도 올초보다 t당 50달러 올랐다. 합성고무(BR, SBR) 역시 연초보다 각각 500달러, 300달러씩 상승했다.

화학업계는 유가가 서서히 오르며 이 효과가 제품 가격에 반영됐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가격이 상승세로 반전됐다는 흐름이 중요한 것"이라며 "1~2개월 후 시차를 두고 40달러대로 진입한 유가가 제대로 반영되면 제품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TPA를 생산하는 한화종합화학, 태광산업, 삼남석유화학, 롯데케미칼, 효성도 정부 가 권유한 감산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진척이 없다. 지난 한 달 사이 수차례 회동을 했으나 "감산은 안된다" "설비를 통합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할 뿐이다. 한화종합화학처럼 TPA의 원료인 PX(파라자일렌)을 한화토탈로부터 공급받는 '수직계열화'가 이뤄진 경우, 제품 가격이 오르면 경쟁사들보다 마진이 더 확대될 수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결국 정부의 구조조정은 급격히 변하는 한치 앞을 예측하지 못한 헛발질이 된 셈"이라며 "각자 주력 품목에 대한 회사 전략이 있는데, 당장 시장이 안좋다는 이유로 무조건 생산량을 줄이라고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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