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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수위·범위, 비선실세-재단-대통령 연결고리 입증이 관건

최종수정 2016.11.07 15:46 기사입력 2016.11.0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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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비선실세 국정농단·이권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6일 오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안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차은택의 이권개입을 거든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미수)로 이날 새벽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및 개인회사를 통해 국내 대기업·공기업으로부터 자금과 일감을 그러모으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 포레카 인수전에 뛰어든 차씨 측근들이 중소 광고사 지분 강탈을 시도할 때 부당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미르·K스포츠재단 같은 비영리 재단법인은 설립자가 일정 재산을 출연하고 설립목적 등을 기재한 정관을 작성·기명날인한 뒤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설립이 허가된다. 두 재단 주무관청인 문화체윢관광부는 설립 허가시 정관, 재산목록과 함께 임원 취임 예정자의 취임승낙서, 창립총회 회의록 등을 제출하도록 하고, 목적사업 수행능력이 없으면 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며 두 재단은 최순실씨가 낙점한 인사들이 포진하고 이사장조차 취임 전까지 뭘 하려는 재단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재벌들은 단지 자금을 내놨을 뿐 실제 설립주체라고 보기 어려운 단면을 드러냈다. 정관 날인 인감, 회의록 등 형식적 요건조차 곳곳에서 흠집이 잡혔다.
결국 설립허가 대상으로는 부적합했던 두 재단은 최소 비선실세가 실질적 설립자인 불법재단으로 돈을 댄 재벌들은 출연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여기에 자금을 붓게 한 건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던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통령의 경제정책결정 등 경제전반에 관한 국정수행을 보필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대통령의 명으로 경제부처에 지시·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일반적 직무권한을 갖는 자리다. 박 대통령은 두 재단 설립 경위 관련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실현을 통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기업인들의 문화 체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부탁드린 바 있다”고 말해왔고, 이에 관련 재단에 투자를 이끌어 내는 것은 경제수석의 직무라 할 수 있다. 박 대통령 본인도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를 본인이 추진했다는 취지로 재확인했다.

다만 그 결과는 불법 설립재단에 출연의무조차 없는 재벌들로 하여금 주머니를 헐게 만든 것이었다. 그릇을 만들고 내용물을 채우는 비선실세와 청와대 참모의 합작품이 두 재단인 셈이다. 난점은 재단의 사실상 소유주를 비선실세 최순실, 내지 박 대통령으로 보더라도 외관상 직접 자금을 챙긴 건 ‘재단’이라는 데 있다.

최씨가 재단 자금을 개인회사로 빼돌리려다 검찰 수사로 기회를 놓치며 사기미수에 그치는 등 종국에는 재단이 얻은 경제적 이익을 비선실세 내지 그 윗선으로 귀속시키려 한 정황이 불거졌고, 재벌들이 재단에 돈을 던져 넣은 배경에 박 대통령이 자리하더라도 직접 대가적 관계로 엮자면 풀어야 할 연결고리가 만만찮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 박 대통령이 재단에 대해 갖는 실질적 지위·역할이 핵심이다. 검찰은 최씨, 안 전 수석 등을 구속할 단계까지도 박 대통령을 직접 형사책임과 연결지을 고리는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비선실세, 그리고 재단을 비롯한 그들이 추진한 사업과 박 대통령을 잇는 연결고리를 법망 안에서 풀어내면 공교롭게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특성상 대가성 내지 불법성을 입증하기는 통상 수뢰사건보다 일견 용이한 측면이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신군부 수괴 뇌물 사건에서 정책 결정·집행이나 제도 운용에 있어 우대받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취지로 자금을 내놓아도 대가성이 인정되는 뇌물이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고,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으며, 대통령이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도 유무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광범위한 권한을 갖는 현 대통령제의 특성 탓이다.

재벌들이 기업구조조정 특별법(이른바 원샷법), 서비스기본법 등 재계 입맛에 맞는 경제정책이나 사정(司正)무마, 특별사면 등을 바라고 자금을 내놨을 개연성이 짙어지고 있다. 검찰 수사 직전 거액을 후원했다 돌려받은 롯데, 투자 논의과정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이 오간 의혹이 제기된 부영 등 석연찮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룹 총수 이재현 회장이 재판을 받던 시기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일환인 K컬쳐밸리에 조 단위 투자를 결정한 CJ의 경우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영구도에 관여한 정황도 불거졌다.

수혜를 바라고 뒷거래에 나섰다면 뇌물(수령자에 따라 제3자뇌물), 해악을 고지하고 주머니를 털었다면 공갈이다. 수혜·불이익 어느 경우든 결국 영향력을 행사할 권한을 쥔 실행범(정범)은 대통령으로 이를 거든 안종범 전 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은 비선실세·대통령의 범행을 거든 종범에 가깝다.

다만 단기간 내 두 재단에 수백억원을 내어놓고 현 정부 각종 사업에 투자를 결정한 기업들이 굳이 자신들의 형사책임을 인정할 리도, 박 대통령의 수족처럼 움직였던 참모들이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실토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검찰의 어려움이 있다. 하물며 박 대통령의 오랜 인연이자 그간 혐의 전반을 부인해 온 비선실세 최씨가 ‘두 재단은 박 대통령의 퇴임 후를 위해 차린 것’ 같은 진술을 내놓을 가능성은 너무나 낮다. 박 대통령 역시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이라며 이익·불이익과 선 긋기에 나섰다.

검찰은 우선 롯데, SK, 삼성 등 재단에 자금을 댄 국내 53개 기업을 사실상 전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출연 과정이 자연스럽지 않았던 기업부터 우선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재벌 총수 독대 기록이나, 일부 기업이 출연을 미루거나 물리려 했던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벌들의 경우 비자발적인 출연·투자가 실상 뇌물공여였다거나 자금 조성원을 둘러싼 배임 혐의를 벗기 위해서라도 선의를 가장하거나, 공갈 피해자를 자처하는 셈법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도 이날 오후 불러 조사했다. 정 전 비서관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씨에게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비롯해 외교·안보·경제 관련 다수의 대외비 문서를 건넨 혐의로 이날 새벽 구속됐다.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등과 더불어 현 정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며 18년째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정 전 비서관은 200여 청와대 유출문건이 담긴 태블릿PC에도 연루 흔적이 드러났다.

최씨는 태블릿PC의 소유관계를 부정해 왔지만 검찰은 신변잡기에 가까운 내용이 담긴 사용흔적 등에 비춰 최씨가 이를 실제 사용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 본인이 털어놓은 문건 유출 경로나 청와대 수시 출입 의혹 관련 민정수석실, 나머지 문고리3인방도 직접 수사선상에 오를 공산이 크다.

그간 직권남용·횡령 의혹에도 불구 검찰 수사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 온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이날 피고발인 신분 민간인으로 검찰청사에 불려왔다. 그에게 인사검증을 비롯 국정농단 사태를 둘러싼 직간접적 책임이 뒤따른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특수본은 지난달 청와대 압수수색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아직 국정농단 사태와 우 전 수석 간 직접적인 연관성은 찾지 못했다.

국정유출 의혹의 경우 지난달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최씨에 대한 유출 및 수정 지시를 사실상 시인한 데다, 청와대 압수수색을 통해 제한적이나마 물증도 뒷받침돼 박 대통령의 책임과 추가 관여자를 찾아내는 데 검찰 수사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공무·외교상 비밀누설과 별도로 유출문건이 대통령기록물에도 해당할지 여부를 두고 법리검토도 진행 중이다. 정 전 비서관은 구속 여부를 결정짓는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본인 및 변호인이 소명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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