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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 파리, 텍사스/김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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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으면 저 방으로 올라가지

삐걱대는 나무 계단을 오르다 보면
할 말이 없어지고
눈이 매워지고
우리는 서둘러 거짓말을 하지
거짓말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울게 돼

이건 거짓말이야, 이건 거짓말이야
진짜 거짓말이야 하면서도
거짓말처럼 울게 돼

탬버린을 흔들면서 고개를 저으면서
다리 하나를 까닥거리면서
울게 돼
울지 마, 울긴 왜 울어 하면서 울게 돼

울음이 뚝 그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오고
우리는 갑자기 쑥스러워지고
아줌마, 10분만 더 울면 안 돼요?

그러면 우리는 추가로 10분 동안
또 목 놓아 울지

■ 울고 싶을 때가 있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울고 싶을 때가 있다. 거짓말인 줄 뻔히 알면서도 거짓말을 자꾸 지어내고 지어내 자기가 만든 거짓말에 푸욱 빠져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처럼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지지리 궁상이라고 비웃어도 좋다. 아니 차라리 그렇게 비웃어 주길 바란다. 한없이 처량해지고 싶고 바닥 모를 슬픔에 허우적이고 싶다. 내게 손을 내밀지 마라. 지금은 그냥 울고 싶으니까, 단지 펑펑 울고 싶으니까. 토닥토닥하면 더 울어 버릴 거다. 이유는 없다. 아니 울고 싶은 이유가 너무 막연해 그게 또 서럽다. 그러고 보니 서럽지 않은 게 없다. 심지어 베란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화분들도 베란다창 너머만 내다보고 있다. 세상은 처음부터 내게 매정했다. 다 그랬던 것 같다. 정말이지 "목 놓아 울"고 싶다. 떼를 써 가면서 울고 싶고 큰소리로 엉엉 울고 싶은데 그러면 어김없이 경비실에서 전화가 온다. 그렇다고 다 큰 어른이 놀이터에서 울 수도 없고. 그래서 여기서 운다. 노래를 부르면서, 노래처럼 운다. 약속한다. 딱 한 시간만 울고 "뚝" 그칠 것이다. 그리고 좀 "쑥스"러운 얼굴로 "제자리로 돌아"갈 테다. 그러니까 꼭 그럴 테니까, "아줌마, 10분만 더 울면 안 돼요?"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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