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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피정(避靜)/장석원

최종수정 2016.11.02 10:53 기사입력 2016.11.0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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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데이. 메이데이. 이것은 오래전부터 반복되는 사실. 없어진 것들, 무마된 것들, 부식된 것들을 순식간에 재연하는 통사(通史). 메이데이. 손 뻗어 어루만진다. 새벽의 대지 위로 솟아오른 태양의 어깨를 헐떡이는 숨을 현재를, 흔들리지 않고 바라본다. 나의 폐허에 기둥을 세운다.
 (중략)
 바람이 부조하는 붉은 깃발. 우리의 메이데이.
 오래된 방관에 대한 나의 반응 : 유리 너머 내 손은 당신의 손. 내 그림자는 당신의 하부구조. 나와 당신이 함께 축조해 낸 낡은 희망에 대해 작은 목소리로, 이것은 새로 시작하는 사랑의 노래. 메이데이 : 메이데이 : 바람이 새긴 묘비명.
 우리의 어제는 없어졌지만, 우리의 내일은 파괴되겠지만,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죽어 가네. 그렇다. 세계는 당신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고, 당신은 세계의 유흔이 되어 우리의 기억을 윤전시킬 것이다. 이것을 믿음으로 봉인하고, 이것을 당신의 사랑이라 확신할 것인데, 나를 핥는 혼 돈, 속에서, 메이데이.

 
[오후 한詩]피정(避靜)/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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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데이 메이데이. 아직도 너희는 아니 우리는 그 시퍼런 바닷속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가. 메이데이 메이데이. 우리는 도대체 지금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 메이데이 메이데이.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우성치고 통곡하고 탄식하고 있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우리는 누구에게 기원하고 있는가. 메이데이 메이데이. 우리는 우리에게 타전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요청해야 한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우리는 우리를 무참하게도 방관해 왔다. 우리는 우리를 다만 수치스럽게 만들었다. 우리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동안, 우리가 침묵하고 있는 동안, 우리가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완벽히 파괴되었다. 우리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은 완전히 붕괴되어 버렸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음탕하게 철저하게 야금야금 합법을 가장해 설마 뒤에 숨어 조직적으로 그러나 바로 우리 눈앞에서 거침없이 대놓고 조롱하듯. 메이데이 메이데이. 이제 혼돈이 시작되려 한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아니 혼돈을 가동해야 한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우리는 우리를 연료로 삼아 저들을 불태울 것이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죽어 가네." 우리는 우리를 모조리 소진할 것이다. 하나 남김없이 깨끗이 태워 우리 속의 비겁과 우리 속의 방치와 우리 속의 무사와 안녕을 깡그리 태워 우리는 마침내 우리에게 당도할 것이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우리는 반드시 우리를 구조할 것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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