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잇따른 임상중단과 3분기 실적 악화로 주가가 5거래일만에 20% 가까이 급락하는 등 취임 이래 최대 위기를 맞자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정희 사장은 전날 개인돈 약 1억1200만원을 들여 유한양행 주식 500주를 장내매수했다. 이는 이 사장이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매입한 자사주 규모중 가장 크다. 지난달 11일에도 약 8000만원을 들여 300주를 사들인 바 있다. 현재 이 사장은 유한양행 주식 3000주(0.03%)를 보유중이다.
무엇보다 이 시점에서 이 사장의 책임경영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악재들이 그가 취임 이후 역량을 집중해 온 연구개발(R&D) 부문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3월 대표에 오르자마자 'R&D 강화'를 외치며 미래전략실을 신설하는 등 중장거리 먹거리 개발에 힘써왔다. 신약개발 능력을 가진 오스코텍, 바이오니아, 제넥신 등에 450억원을 투자해 신약후보물질을 확보하는데도 주력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R&D 비용이 39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1.7% 증가했음에도 눈에 띄는 성과는 지난 7월 1300억원 규모의 항암제 신약후보물질(YH25448) 기술 수출 계약이 전부였다. 이번에 임상2상에서 개발이 중단된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도 유한양행의 주력 파이프라인(후보물질) 중 하나였다.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들도 실망감을 드러내며 최근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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