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3분기 제조업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고심도 깊어졌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와 현대자동차 파업 등에 따른 생산 차질 여파가 반영된 것이긴 하지만 갈수록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우리 경제의 모습을 단면적으로 보여준 지표였기 때문이다.
이 총재가 지역본부 업무 점검 길에 제조업 현장을 직접 찾아 목소리를 듣는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이는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과 이에 따른 한은의 역할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3분기 제조업은 -1.0% 성장을 기록, 2009년 1분기(-2.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성장 기여도는 -0.3%포인트까지 떨어져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0.6%포인트) 이후 가장 낮았다. 우리 경제의 주요 성장동력이었던 제조업이 이제 성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됐다는 얘기다. 제조업 부진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 부진이 이어지면서 설비투자도 -0.1%로 뒷걸음쳤다. 수출도 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제조업 부진이 수출 둔화, 설비투자 감소 등의 악순환 고리로 이어진 셈이다.
이 총재도 제조업의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걸 잘 안다. 한은은 지난 1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전달 개제한 경제주체의 심리가 다소 호전됐다는 문구를 삭제하기도 했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정부가 산업별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밑그림을 갖고 업계와의 긴밀한 협의하에 구조조정을 경제논리에 따라 일관성있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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