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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정부 3.0'이 아직도 낯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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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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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3.0'이란 캐치프레이즈는 내게 아직 낯설다. 이 용어를 날마다 사용하는 공공부문 종사자 정도나 익숙한 것이라고 하면 과장일까.

2012년 7월 국정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부3.0 구상이 발표된 때부터 본다면 벌써 4년이 넘었다. 현 정부 들어선 모든 공공부문의 공문서와 보도자료마다 사용하고 있고, 언론 기사에서 자주 오르내리는데도 이런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 우선 숫자에 약한 탓이라고 돌릴 수 있겠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 구구단을 외우지 못해 오후까지 남을 정도로 숫자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점은 태생적 한계다. 또 3.0이라는 숫자 때문에, 과거 2.5나 2.0 등의 캐치프레이즈가 있었나부터 살펴보면서 괜스레 툭 튀어나온 숫자를 쉽게 인정하지 못해서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숫자가 있으면 어떤 시리즈의 하나일까 생각하는, 거의 '아재'적 관념의 발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3.0이 친숙해지지 않은 것은 여러 방면에서 그 표방하는 바와는 다른 양태들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정부 홈페이지를 보면, 세 가지 표방하는 바가 있다. 투명한 정부, 유능한 정부, 서비스 정부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가진 정보와 데이터를 국민에게 개방하고 공유하겠다는 투명한 정부 선언은 지켜지고 있는가. 국정감사에 임하면서 거짓 정보를 제공한 의혹을 산 경우가 여럿이다. 이런 마당에 개인이 요청한 정보는 제대로 제공되고 있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제대로 일하는 유능한 정부를 자부할 수는 있을까. 부처 간 이견이나 불협화음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사회나 경제를 어떻게 끌어가야 효율적일지, 위험을 최소화할지 등에 대한 의견은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견이 봉합되지 않은 채 정책이 중구난방 시행되면 문제가 된다. 국민의 편익을 해치거나, 오히려 혼선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른쪽 신호등 켜고 왼쪽으로 회전'하면 갈피를 잡기 어렵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실제로 이런 양상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공공 분양주택 입주자들이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다. 주택금융공사는 보금자리론 자격을 급작스럽게 크게 제한했다. 보금자리론은 무주택자나 1주택 소유자가 9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대출자의 소득을 따지지 않고 최대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게 한 정책 상품이다. 이것을 3억원 이하 주택에 대출한도 1억원으로 줄였다. 서울에서는 아파트 전세금 평균치만 해도 4억원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보면 아예 집을 사지 말라는 소리나 진배없다.
정부가 표방하는 주택정책의 지향점은 내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실수요자를 지원하는 것이다. 저금리로 인해 월세 전환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살림살이가 더욱 곤궁해지고 있기에, 경제적 여건이 되는 수요층을 유주택 대열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주택을 보유하는 것이 월세 부담보다는 가볍다고 친절하게 시뮬레이션까지 해줄 정도였다. 전세보증금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얘기도 곁들이면서 서민들은 점차 주택을 구입하려는 대열에 동참했다.

그러나 최근의 현상을 보면, 정부가 서민의 주택 구입을 돕겠다는 전략이 있기는 한건가 싶다. 집값 턱밑까지 치솟은 전세보증금을 끼고 수천만 원만 투자해 집을 여러채 사들이는 '갭 투자'나 분양권 불법 전매 등의 투기성 거래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단속의 손길이 느슨한데, 서민의 주택마련 돈줄을 옥죄고 있으니 말이다. 가계대출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서민부터 잡아서야 되겠느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3.0이란 구호가 폄훼되지 않으려면, 정책이 일관돼야 할 일이다.

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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