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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문학의 큰 별' 소설가 이호철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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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후퇴 때 월남…'탈향'·'판문점'·''門' 등 수십 편 남겨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한국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이야기한 소설가 이호철 씨가 별세했다. 향년 85세. 지난 6월 뇌종양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아온 고인은 18일 오후 7시32분 은평구 한 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1932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0년 한국전쟁에 인민군으로 동원됐다. 포로로 잡혔다가 풀려난 뒤 이듬해 1·4 후퇴 때 혈혈단신으로 월남했다. 아픈 상처와 기억은 소설의 주요 소재로 다뤄졌다. 1955년 '문학예술'에 부두 노동자의 삶을 다룬 단편소설 '탈향'을 발표해 등단했다. 이후 60여 년간 장편소설 '소시민'·'서울은 만원이다'·'남풍북풍'·'門'·'그 겨울의 긴 계곡'·'재미있는 세상', 중·단편소설 '퇴역 선임하사'·'무너지는 소리'·'큰 산'·'나상'·'판문점', 연작소설 '남녘사람 북녁사람' 등 수십 편의 작품을 통해 전쟁과 분단의 문제에 천착했다.
이 소설들은 남북 분단의 비극을 압축된 필치와 자의식이 투영된 세련된 언어로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인에게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대산문학상, 3·1문화예술상 등을 안겼다. 중국과 일본은 물론 프랑스, 독일, 폴란드, 헝가리, 러시아 등 유럽과 영미권에서도 번역 출간돼 호평을 받았다. 특히 2004년 독일어로 번역된 남녘사람 북녘사람은 독일 예나대학의 국제 학술·예술 교류 공로상인 '프리드리히 쉴러' 메달 수상으로 이어졌다.

고인은 미국, 독일, 헝가리 등 여러 나라에 초청돼 낭독회를 열고 분단의 현실을 세계에 알렸다. 2014년 10월 독일 베를린 한국문화원에서 마련한 낭독회에서는 "남북이 서로 드나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통일이 되는 것이지, 억지로 통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인은 민주화 운동에도 앞장섰다. 유신헌법 개헌 반대 서명을 주도했다가 1974년 문인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혐의로 투옥됐다. 이 사건은 법원의 재심으로 2011년 무죄 판결이 났다.

고인은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 한국소설가협회 공동대표, 한국문인협회 고문 등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2011년에는 고인을 따르는 문인, 예술인 등을 주축으로 사단법인 '이호철문학재단'을 발족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민자 여사와 딸 윤정 씨가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21일 오전 5시, 장지는 광주광역시 국립 5·18 민주묘지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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