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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의 책 다시 보기] 가장 학술적으로 IS를 '폭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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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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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IS의 전쟁'은 '이슬람국가(IS)'가 출현하게 된 역사적 기원에서부터, 국가 단계의 성립과 현재 조직의 내부까지 샅샅이 밝혀내고 있다. 해외 언론에서 "이제까지 나온 책들 중에 ISIS(IS의 정확한 명칭, 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에 대해 개괄할 수 있는 최고의 책"이라는 평가를 받은 책이다.

저자인 사미 무바예드 (Sami Moubayed)는 시리아 다마스쿠스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역사학자로 시리아 근ㆍ현대사를 전공했다. 다마스쿠스에 머물면서 여러 온라인과 오프라인 지면에 중동 문제에 관한 글들을 활발하게 기고하고 있다. 수니파 집안 출신인 그는 지금도 연중 대부분의 시간을 다마스쿠스에서 보내는데 그렇기에 이 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사건들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무바예드는 IS의 출현이 '복잡한 사건'이라고 말한다. 그 복잡한 배경을 폭넓게 이해해야 IS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다고 말한다. IS는 이전의 이슬람 테러 조직과는 확연히 다르다. 서구 언론을 비롯한 대다수 사람들은 IS가 단지 일시적인 현상이고 시리아 내전의 혼란 속에서 탄생했다는 점을 들어 시리아에서 내전이 멈추면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전개됐다. 2014년 6월29일 라카에서 국가를 선언하면서 세계무대에 등장했듯이, IS는 정부와 영토와 국민뿐 아니라, 사법체계, 능률적인 경찰, 강력한 군대, 정교한 정보국에 국기(Black Flag)와 국가(國歌) 등 국가가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석유에서 얻는 수입으로 재정도 넉넉한 편이다. 몇 개의 중요한 단계를 거쳐서 현재의 국가 형태에 이른 IS는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를 잇는 광대한 띠 모양의 지역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유럽 내부에까지 세력권을 넓히고 있다. 한때 스페인을 지배했던 이슬람 제국을 다시 이루려는 꿈까지 꾸고 있는 것이다.

IS가 이렇듯 외부의 관측보다 더욱 강력한 사상적 뿌리와 권력 기반을 구축하게 된 역사적ㆍ 현실적 배경을 저자는 역사학자의 안목과 다양한 근거들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시리아와 그 주변 지역을 연구해온 저자는 오스만 제국 말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가로지르면서 IS와 칼리프 체제의 사상적 근간을 탐구해 들어간다. 또한 IS의 본질을 밝히기 위해 그것이 어디에서 기원했으며, 어떻게 성공을 거두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게 될지 살펴본다. "무바예드의 책은 IS가 번성하게 된 조건들을 만들어낸 보다 폭넓은 정치적 상황들을 훌륭하게 설명하고 있다. 비슷한 책들 중에 단연 가장 앞자리에 놓일 책이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를 알 만하다.

IS의 내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도 특히 주목된다. 저자는 IS와 그 참여자들에게 그 누구보다 가깝게 접근했다. 그래서 IS가 내부적으로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광신자들이 지상에 만들어 놓은 지옥에서 살아가는 삶은 어떤 것인지'(가디언지)를 보여주고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형벌과 처형 방식들을 자세히 그려내고 있다. 또 해외에서 IS에 들어가고 있는 외국인들은 어떤 경로로 들어가는지, 그곳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여성들 또한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들어가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주민 인터뷰와 지역에서 활동하는 현장 통신원들의 관찰 기록 등을 통해 밝히고 있다.
출판사가 밝힌 대로 'IS 조직의 내부 이야기를 폭로한 최초의 책'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IS 내부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이다.

저자가 이 책을 낸 2015년 초는 프랑스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1월7일)이 있었던 시기다. 최근에도 지난 7월 방글라데시 다카의 카페 인질극ㆍ살해, 프랑스 니스의 트럭 돌진 테러 등이 있었다. IS와 그 추종자인 '외로운 늑대'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이는 자살 테러와 공격은 더욱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싶다면서 "두 분은 IS의 등장을 눈물을 흘리며 공포 속에서 바라보셨다"고 털어놓고 있다. 저자는 "겹겹이 쌓인 공포와 좌절 아래 아직 희망이 있음을 본다. 영원히 계속되는 일이란 없다. IS도 언젠가 없어질 것이다"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ISIS가 이미 하룻밤 사이에 사라질 수 있는 단계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단호히 주장한다.

"IS가 테러리즘 아래 지니고 있던 무언가를 적어도 중동 지역의 일부 사람들은 매력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ISIS가 번성한 사회들은 군부통치, 분파주의, 사회적 이동성의 제약, 실업, 불공평한 부의 분배, 지리멸렬한 교육이라는 질병 때문에 고생하고 있던 곳들이다."

가난과 핍박, 좌절의 현실이 ISIS를 낳았다는 말이다. 'IS와의 전쟁'은 IS 그 자체와의 전쟁만으로는 끝낼 수 없다는 얘기인 것이다.
 



이명재 편집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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