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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의 고백, 권혁재 사진집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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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넘게 사진전문기자로 일해온 권혁재와 그가 찍은 스물여덟명의 스토리

권혁재 사진집 '비하인드'에 실린 사진들은 하나같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칠지만 솔직하게 직접적이지만 순수하게 인물 그대로를 오롯이 한 장의 흑백사진에 담아냈다. 사진 왼쪽부터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의 등 근육(86p), 짧게 자른 머리, 미간에 깊은 주름을 만들며 치켜 올라간 눈썹, 날카롭지만 힘 있는 눈빛의 남자, 권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43p). 그룹 들국화의 주찬권, 전인권, 최성원(255p).

권혁재 사진집 '비하인드'에 실린 사진들은 하나같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칠지만 솔직하게 직접적이지만 순수하게 인물 그대로를 오롯이 한 장의 흑백사진에 담아냈다. 사진 왼쪽부터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의 등 근육(86p), 짧게 자른 머리, 미간에 깊은 주름을 만들며 치켜 올라간 눈썹, 날카롭지만 힘 있는 눈빛의 남자, 권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43p). 그룹 들국화의 주찬권, 전인권, 최성원(2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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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사진부장]기억에 남아있는 흑백사진 한 장이 있다. 벌거숭이인 채 머리에 수박껍질을 쓴 아이가 제 입보다 훨씬 큰 숟가락을 들고 있다. 머리를 타고 흐른 수박 국물은 온 몸에 덕지덕지 묻었다. 슬픈 듯한데도 웃음이 나는 절묘한 인물사진이었다. (김녕만의 '부안' 1973년)

며칠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 우연찮게 그 사진을 다시 만났다. 흑백사진 속 벌거숭이 아이의 절묘함은 옛 기억 그대로였다. 하지만 사진보다 글쓴이에 더 끌렸다. 24년이 넘게 사진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는 권혁재 기자였다. 그는 '기자 초년병 때 그 사진과의 만남을 지독했다.'고 적었다. '사진기자로 살면서 내내 가슴에 박혀 지워지지 않았다. 슬럼프가 오거나 아이디어가 막히면 그 사진을 떠올렸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껏 그를 이끌어주고 삶과 동행해 온 사진 한 장이 바로 그 사진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처럼 사진 한 장이 주는 것은 감동뿐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지표(指標)가 되기도 한다.

흑백사진 한 장이 던진 '지독한 인연'은 지금껏 권혁재 기자와 함께 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인물을 찍었다. 그들의 삶을 들으며, 그들의 빛나는 순간을 만났다.
다양한 삶의 궤적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는 사진을 통해 그 내면의 깊이를 엿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 상황과 순간에 드러나는 이야기를 사진전문기자의 관점으로 전달했다.

권혁재의 비하인드

권혁재의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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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진들을 모아 '권혁재의 비하인드(세계를 발견하는 방법, 그리고 어떤 대화들)'를 내놨다. 이 책은 그의 사진에 대한 고백이자 그와 사진을 통해 대화를 나눈 사람 스물여덟 명의 고백이다.
저자는 평론가도 아니다, 사람을 많이 만나 대화를 한 취재기자도 아니다. 그렇기에 화려한 미사여구로 사진의 대상을 꾸미지도 않는다. 멋진 사진, 화려한 기교를 넣은 사진 보다 인물의 이야기를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사진을 고민하고 찍는다. 인물들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때로는 눈물짓기도 하고 더해서 자신의 꿈을 약속하면서 그렇게 인생을, 살아냄을, 행복을 고백한다.

그는 거칠지만 솔직하게 직접적이지만 순수하게 인물 그대로를 오롯이 한 장의 흑백사진에 담아냈다.

흑백사진이 주는 강렬한 대비는 주름 하나까지도 섬세하게 표현한다. 열정과 고집이 담긴 눈빛은 깊이를 더하고 인물들은 그 안에서 다채로운 삶을 그려낸다.

짧게 자른 머리, 미간에 깊은 주름을 만들며 치켜 올라간 눈썹, 날카롭지만 힘 있는 눈빛의 남자. 카메라 하나를 들고 가부키초(도쿄 유흥가)를 찍고 다닌 권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의 표정(43p)에선 끈질긴 집념이 엿보인다. 윤구병 보리출판사 대표이사의 생계형 웃음(215p)에선 더할 나위 없는 천진난만한 행복이 느껴진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의 등 근육(86p)에는 그녀가 지켜온 발레에 대한 올곧은 열정이 담겨있다.

이처럼 저자는 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멋있게 찍고자 하는 고민과 그럴듯한 장소를 찾는 시간에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야만 독자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대상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방편이었던 카메라 테크닉, 구도, 앵글, 빛 보다 메시지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메시지가 주는 울림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에는 28명의 삶이 말하는 메시지가 오롯이 담겨있다.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행복은 그리운 이들을 만나는 것이다. 환한 웃음이 아름다운 배우 김자옥, 한국야구의 역사이자 자존심 최동원 감독, 들국화의 커다란 기둥이었던, 록의 전설 주찬권, 그리고 바람을 느끼는 사진작가 김영갑의 사진과 삶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답고도 짧은 시간은 세월이 흐를수록 특별한 기억이 된다. 책을 통해 잠시나마 그들의 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은 위로를 얻을 수 있다.
<권혁재 지음/ 동아시아/2만7000원>

조용준 사진부장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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