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김씨처럼 노년을 보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많은 노인들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공공근로가 고작이다. 더욱이 연금 등을 통해 경제적으로 뒷받침을 받거나 부동산·금융자산을 충분히 갖고 있지 못한 경우에는 빈곤 문제에 직면한다. 지금 40~50대도 막대한 가계부채를 지고 있어 앞으로 10~20년 뒤 은퇴와 함께 노년층으로 접어들면 갑작스런 '소득절벽'과 함께 막대한 채무부담을 져야 하는 실정이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0년 545만명에서 2030년 1269만명, 2060년 1762만명으로 늘어난다. 2060년 총인구는 4396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 시기에 고령인구 비중은 40.1%에 이른다. 10명 중 4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되는 셈이다.
노인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노인빈곤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49.6%에 달한다. OECD 평균 노인빈곤율은 12.4%다. 2007년 44.6%에서 꾸준히 높아진 것으로, 상승속도에서도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다.
나이가 많을수록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빈곤하다'는 응답은 60~64세에서 14.4%였지만 65~74세에서는 27.8%로 많아졌다. 75~85세는 45.0%에 달해 이 연령층의 절반이 빈곤에 내몰린 것으로 조사됐다.
60~85세 고령층의 자금관리 방식(중복응답)은 예·적금을 포함한 저축이 74%로 가장 높았고 연금 41%, 보험 36%, 부동산 28% 순이었다.
나이가 많거나 독거노인인 경우에 경제적 어려움이 더욱 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생애주기별 소득·재산의 통합 분석 및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연령대의 가처분소득을 평균 100을 봤을 때, 노인부부의 가처분소득은 절반 수준인 51.0에 그쳤다. 독거노인은 더욱 심각했다. 75세 미만 독거노인의 가처분소득은 24.9, 75세 이상 독거노인의 가처분소득은 20.8에 불과했다. 또한 75세 미만 독거노인의 순재산은 45.0, 75세 이상은 33.8로 평균 100에 비해 크게 낮았다.
고령층일수록 저임금근로 비중도 높아진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고령층 임금근로자의 56.5%가 저임금을 받고 있으며, 여성은 70% 이상이 해당된다. 법정 최저임금을 밑도는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시장에 남아 있는 근로자도 고령층은 37.1%로 전체 11.6%에 3배 더 많다.
머지 않아 노인층에 합류할 50대 중장년층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2018년에는 50~59세 연령층이 인구가 가장 많은 세대로 등장한다. 이들 50대는 10년 뒤에는 60대, 20년 뒤에는 70대에 접어들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노후대책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가계부채의 연령별 구성변화' 보고서는 가구주가 50대인 가구의 가계부채가 전체의 35%를 차지해 50대가 은퇴 후 소득이 줄어들 경우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더욱이 가구주의 연령이 증가할수록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미국의 경우, 50대 가구의 부채는 22%에 불과하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지섭 KDI 연구위원은 "현재 40~50대가 부채규모를 줄이지 못한 상태에서 은퇴를 하게 되면 가계부채를 갚을 가능성은 크게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면서 "연금 등 노인복지제도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달되지 않아 은퇴 후에는 결국 치킨집을 창업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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