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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 내 청춘이 지나가네/박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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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청춘이 지나가네
 말라붙은 물고기랑 염전 가득 쏟아지는 햇살들
 그렁그렁 바람을 타고 마음의 소금 사막을 지나
 당나귀 안장 위에 한 점 가득 연애편지만을 싣고
 내 청춘이 지나가네, 손 흔들면 닿을 듯한
 애틋한 기억들을 옛 마을처럼 스쳐 지나며
 아무렇게나 흙먼지를 일으키는 부주의한 발굽처럼
 무너진 토담에 히이힝 짧은 울음만을 던져둔 채
 내 청춘이 지나가네, 하늘엔
 바람에 펄럭이며 빛나는 빨래들
 하얗게 빛바랜 마음들이 처음처럼 가득한데
 세월의 작은 도랑을 건너 첨벙첨벙
 철 지난 마른 풀들과 함께 철없이
 내 청춘이 지나가네, 다시 한 번 부르면
 뒤돌아볼 듯 뒤돌아볼 듯 기우뚱거리며
 저 멀리,
 내 청춘이 가고 있네

 
[오후 한詩] 내 청춘이 지나가네/박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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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靑春)'은 'youth'의 번역어다. 현재 이 단어는 십대 후반이나 이십대 초반 등 사람살이 가운데 특정한 생물학적 시간대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흔히 사용되고 있지만, 애초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어떤 상태, 즉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고 사회에 편입되지 않은 만큼 세속화 이전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그가 속한 세계의 이념과 체제에 복속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비록 무모하고 철없어 보일지라도 새로운 가능성과 그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그런 낭만적 광휘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청춘은 인생의 어느 시기에나 가능하고, 아니 그보다 자기 자신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위해서라도 그래야만 한다고. "하얗게 빛바랜 마음들이 처음처럼 가득"하다면 당신은 여전히 영구혁명 중인 청춘을 살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이 시가 실린 박정대 시인의 시집 제목은 "삶이라는 직업"이다. 그리고 박정대 시인은 내가 만나 본 바로는 한국에서 가장 대책 없는 전업 낭만주의자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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