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글로벌 성장 둔화는 세계 주요국들이 금리를 비정상으로 낮춰 경제를 살리고자하는 올드 노멀(Old Normal) 통화정책에 집착하게 만들고 있다. 일례로 영국, 일본, 중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통화팽창의 강도와 속도를 높이며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정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로금리도 모자라 심지어는 은행에 예금을 하면 보관료를 내야하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국가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반면 글로벌 전반에 걸친 통화완화 경쟁이 가져올 부작용은 국내 경제에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과도한 신용팽창이 실물 경제로 흡수되지 못하고 부채 수준만 끌어올리는 부채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저금리 환경 아래 소비와 투자는 오히려 감소하고 저축이 늘어나는 현상인 ‘저금리의 역설’이 부채 충격에 취약한 지금의 경제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금리 상승 시 부채 건전성이 훼손된 기업은 구조조정 리스크에, 부채의존도가 높은 가계는 가계부채 잠재부실에 노출될 수 있다.
또 올해 하반기 들어 신흥국간 통화전쟁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는 수출의존도가 높아 환율충격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주변국들의 저환율정책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불황형 흑자 수지구조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의 ‘나 홀로 원화 강세’ 흐름은 이러한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대체로 원화 강세가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교역조건 악화로 이어지는 ‘역(逆) 제이 커브(J-Curve) 효과’를 고려할 때, 올해 하반기 수출 경제도 녹록치 않아 보인다.
민간 금융기관의 경우 특정 산업에 대한 대출 쏠림과 과잉 대출이 금융과 산업의 동반 부실을 초래한 뼈아픈 경험을 교훈 삼아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리스크관리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이다. 또한, 산업의 성장 패러다임 변화, 정부의 금융규제 혁신 등과 유기적 조합을 통해 금융·신산업 간 피드백을 촉진시키는 데서 금융 산업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해야할 시기이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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