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CEO 단상]올드 노멀(Old Normal) 통화정책의 경고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원본보기 아이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저성장이 새로운 질서로 자리 잡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미국은 실업률, 주택가격 등 대부분의 경제 지표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음에도, 성장률은 여전히 2% 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저성장· 저금리가 점차 미국의 새로운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중국은 수출에서 내수기반 경제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등 성장의 속도를 낮추는 대신 성장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신창타이(新常態·새로운 표준)나 온중구진(穩中求進·안정 속에서 발전을 도모) 등도 중국의 성장 궤도가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내수와 수출 부문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3% 내외의 성장을 합리적인 정책 목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총재는 아주 나쁘지도 썩 좋지도 않은 저성장 상황이 장기화되는 현상을 '뉴 메디코아(New Medicore)' 시대로 표현한 바 있다.

이 같은 글로벌 성장 둔화는 세계 주요국들이 금리를 비정상으로 낮춰 경제를 살리고자하는 올드 노멀(Old Normal) 통화정책에 집착하게 만들고 있다. 일례로 영국, 일본, 중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통화팽창의 강도와 속도를 높이며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정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로금리도 모자라 심지어는 은행에 예금을 하면 보관료를 내야하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국가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러나 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경기가 좋아질 거라고 믿는 경제 주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금리 인하 정책이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켜 결국 고용과 소득으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구조는 경제학 원론에서나 접할 수 있는 올드 노멀 정책으로 취급되고 있다.

반면 글로벌 전반에 걸친 통화완화 경쟁이 가져올 부작용은 국내 경제에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과도한 신용팽창이 실물 경제로 흡수되지 못하고 부채 수준만 끌어올리는 부채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저금리 환경 아래 소비와 투자는 오히려 감소하고 저축이 늘어나는 현상인 ‘저금리의 역설’이 부채 충격에 취약한 지금의 경제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금리 상승 시 부채 건전성이 훼손된 기업은 구조조정 리스크에, 부채의존도가 높은 가계는 가계부채 잠재부실에 노출될 수 있다.

또 올해 하반기 들어 신흥국간 통화전쟁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는 수출의존도가 높아 환율충격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주변국들의 저환율정책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불황형 흑자 수지구조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의 ‘나 홀로 원화 강세’ 흐름은 이러한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대체로 원화 강세가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교역조건 악화로 이어지는 ‘역(逆) 제이 커브(J-Curve) 효과’를 고려할 때, 올해 하반기 수출 경제도 녹록치 않아 보인다.
정리하자면 대공황 위기 이후 가장 긴 저금리정책이 지속되어 왔으나 세계 경제는 돈만 풀리고 경기는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경제 주체들이 저금리 너머에서 슬금슬금 다가오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축소 과정)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가계는 불요불급한 부채를 과감하게 덜어내고, 기업은 강도 높은 자구노력으로 부채 구조 건전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수출엔진의 연비가 떨어진 주력 제조기반 산업이 신속한 구조조정과 산업재편 과정을 통해 ‘기술 융합형 4차 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민간 금융기관의 경우 특정 산업에 대한 대출 쏠림과 과잉 대출이 금융과 산업의 동반 부실을 초래한 뼈아픈 경험을 교훈 삼아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리스크관리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이다. 또한, 산업의 성장 패러다임 변화, 정부의 금융규제 혁신 등과 유기적 조합을 통해 금융·신산업 간 피드백을 촉진시키는 데서 금융 산업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해야할 시기이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