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들은 이날 특별사면과 관련, 겉으로는 국론통합과 경제살리기를 위한 특사를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속으로는 아쉬움을 전하고 있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정부들어 기업인이 특사는 배제되는 대신에 사정당국의 대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사정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면서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고 고용과 투자를 일으키는 기업가정신이 위축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계 주요인사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8·15특사를 검토한다고 밝힌 직후 기업인 사면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21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 아니겠냐. 저희야 기업인이 좀 많이 사면돼서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당연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금 시점에서 앞장서서 뭐라고 하기 적절치 않은 게 있지만, 가급적 선처를 해주십사 소청을 드리는 입장"이라면서 특정 기업인의 사면 가능성, 건의 여부에 대해서는 삼갔다.
박 회장은 지난해 광복 70주년 8·15특사를 앞두고서는 최태원 회장과 김승연 회장을 직접 언급하면서 "아시다시피 최태원 회장, 김승연 회장 기회를 좀 주시고 다시 그런 대열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간곡하게 소청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인이라고 빠진다면 그건 역차별이란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최태원 회장이 특사에 포함됐지만 김승연 회장 등은 모두 제외되면서 재계 안팎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박 회장이 올 특사를 앞두고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은 최근 대기업과 일부 오너가에서 부정과 비리,특혜, 경영권분쟁이 도마에 오르고 일부 사안은 검찰수사를 받고 있어 반(反)기업정서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는 이재현 CJ회장이 특사를 통해 신병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어 병세가 호전될 가능성이 높아 경영에 복귀할 수 있는 날을 기대했다. 집행유예 상태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우 집행유예의 족쇄가 풀릴 경우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맡아 대주주로서의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에 적극 나설 계획이었다. 지난달 가석방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도 사면과 복권이 이루어지면서 그룹 경영 일선에 다시 나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번 특사에서 제외되면서 본격적인 이사회 복귀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구본상 전 LIG 부회장의 경우 가석방 심사에서조차 제외된 바 있어 애초 특사가능성이 낮았다.
재계에서는 이번에 빠진 기업인들이 올 성탄절과 내년 설날에 있을 수 있는 특사에 포함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또한 재판이 진행중인 조석래 효성 회장과 이호진 태광 회장,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윤석금 웅진 회장과 강덕수 전 STX 회장 등도 향후 있을 특사에 포함될 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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