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한국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 후 한중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들이 8일 중국을 방문했다. 김영호 더민주 의원을 비롯해 김병욱·박정·소병훈·신동근·손혜원 의원 등 6명이 방중 길에 올랐다.
이들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50분께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영호·김병욱 의원과 신동근 의원이 먼저 입국장에 나타났고 손혜원 의원은 시간 차를 두고 빠져 나와 취재진을 피하는 등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박정 의원은 오후 비행기로 합류했다.
서울 김포공항에서 다소 여유 있는 입장 표명을 했던 것과 달리 베이징공항에서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서둘러 공항을 빠져 나가는 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당 사드 대책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호 더민주 의원은 앞서 김포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청와대가 이번 방중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이렇게 문제가 될 것은 아닌데 청와대가 입장을 표명한 이후에 상당히 마음이 무겁고, 또 사명감도 생겼다. 지금 냉각기에 빠져드는 한중 양국 외교 관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초선 의원 6명의 방중을 둘러싼 안팎의 비판 여론이 거세진 상황에서 꼬일대로 꼬인 양국 간 사드 갈등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의원 외교'를 부각하는 데 애 쓴 흔적이 엿보였다. 김병욱 의원은 베이징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동북아 평화 질서 구축에 관심 많은 분들이 모여 공부도 하고 상호 교류하는 목적으로 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 참석자는 "한국이 북핵 문제 때문에 사드를 배치하려고 하는 우려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중국으로서는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어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며 배치 결정 과정에서 한중 정부 간 소통이 부족했던 게 아쉽다"고 밝혔다. 비공개 좌담회 후 갖기로 한 기자 간담회 역시 돌연 취소됐다. 의원단 측 관계자는 "서면으로 입장을 전달하겠다. 개별 질의는 받지 않겠다"며 현장을 서둘러 떠났다.
이들 의원은 이날부터 사흘 동안 베이징에 머물면서 베이징대 좌담회, 교민 간담회 등 일정을 소화하고 중국 공산당 혁명건설촉진회 리홍린 부장이 주최하는 만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현지 진출 기업인 간담회는 참석을 꺼리는 분위기 속에 성원이 안 돼 취소됐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