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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영웅입니까?"…정치판에 봇물 이룬 소영웅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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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는 '탈계파' 외치면서
실제로는 무조건 '우리 계파'
"당파성은 정치적 본능",
"계파 이익 넘어설 미래 비전 보여달라"
"동교동·상도동계는 '민주화' 가치로 벽 넘어"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투표하러 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지난 4·13총선 직전 보수논객인 전원책 변호사는 고개부터 가로저었다. 한 방송인터뷰에서 "보수주의자인 내가 투표를 망설이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 명단을 보고 절망했다"고 말했다.
전원책 변호사. JTBC 제공

전원책 변호사.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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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명료했다. "대다수가 개인의 입신영달을 위해 정치에 투신한 이들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당시 주목받던 유력 정치인을 향해선 "그가 부쩍 강조하는 '소명'을 믿지 않는다. 자기 희생을 하면서 열정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이 같은 지적은 지금도 유효하다. 여야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도부 물갈이를 위한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비슷한 모습이 반복된 탓이다. 대의를 위한 명분을 제시하지 못한 채 다시 한번 "나(우리) 아니면 안 된다"는 소영웅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중이다.

새누리당 전당대회 경남 창원 합동연설회

새누리당 전당대회 경남 창원 합동연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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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정치권에 따르면 '희생'보다 '욕심'이 앞선 소영웅주의는 올 여름 정치판의 키워드다. "우리네 민주주의가 아직도 백마를 타고 홀연히 나타날 영웅을 기다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주일을 채 남기지 않은 새누리당의 '8·9 전당대회'에선 단일화·계파싸움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비박(비박근혜)계의 당대표 후보 단일화 논의에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경계론을 편 반면, 비박계는 친박계가 막판 표몰아주기를 시도할 것이라며 맞선 상태다. 배경에는 "무조건 우리(계파)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깔렸다. 새누리당의 이번 전대는 내년 대선을 가름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전망이다. 여기서 선출되는 차기 지도부가 대선 후보 선출의 열쇠를 쥐게 된다.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들. 연합뉴스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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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민생투어를 진행 중인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이 전대를 앞두고 대구·경북지역 의원들과 면담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무슨 말씀을 하실지 모르겠으나 (전대 직전) 특정 지역 의원들을 만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전대에서 비박계를 지원 중인 그는 "제가 친박을 만든 사람인데 친박 주류에 밀려 비주류가 됐다. 이번에는 비주류가 당대표가 되는 게 당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만간 비박계 당대표 후보의 2차 단일화가 성사될 것이라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협의회

더불어민주당 정책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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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사정은 비슷하다. 4파전으로 시작된 '8·27 전당대회'의 당권 경쟁은 컷오프를 거쳐 3파전으로 압축될 모양새다. 친문(친문재인)으로 요약되는 압도적 주류와 비주류의 대결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후보는 "계파 눈치를 보며 표를 구걸하는 대표는 필요 없다"며 발 빠르게 계파 청산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 같은 당파성은 정치의 속성이자 원리다. 예컨대 우리 정치에서 영웅주의식 계파정치의 뿌리는 1970~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이끈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역 패권주의에도 불구하고 '민주화'라는 비전을 제시해 벽을 넘어설 수 있었다. 계파 자체가 후진적 모습이라고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지난 4.13총선 유세 장면

더불어민주당 지난 4.13총선 유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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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최근 정치판에선 사익을 앞세운 당파성이 앞서면서 일차원적 사회를 만드는 메커니즘으로 전락한 상태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미국, 영국 등에 뿌리를 내린 시스템정치가 활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사실 정치의 본질은 계파이며 당파성 안에 있다"면서도 "요즘 계파는 예전 상도동계나 동교동계처럼 '민주화'라는 국민적 비전이나 혁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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