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첫 납세 땐 철야근무…1년간 폐암 투병 끝에 숨져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몸이 아팠지만 병원에서 마냥 쉴 수만은 없었다. 건강을 이유로 휴직을 했지만 계속되는 밤샘 작업을 하고 있을 동료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어떻게든 몸을 추스르고 다시 출근길에 올랐다. 종합소득세 신고기간 전까지 시스템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아픔마저 잊었다.'
이들 모두 작년 6월 국세행정시스템인 '엔티스(NTIS)'가 구축된 이후 가능해진 일이다.
하지만 엔티스 도입 1년을 맞아 시스템 구축에 큰 역할을 한 국세청의 한 조사관이 자신의 몸 속 암을 이겨낼 시간조차 국가에 바쳤던 사연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헌신의 주인공은 전산 7급 김영태 조사관이다.
소득세 전자신고 분야 엔티스 구축을 담당해오던 김 조사관은 2015년 3월 건강악화로 휴직을 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종합소득세 신고를 앞두고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서 4월부터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
김 조사관은 본격적인 납세 신고가 이뤄진 5월 한 달 동안에는 철야근무까지 수행하면서 신고업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김 조사관의 건강은 더욱 악화됐다.
6월 중순 김 조사관은 근무가 어려울 정도로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 정밀진단을 내린 결과 폐암3기 판정을 받았다. 평소 폐가 좋지 않다고 알았지만 너무나 갑작스러운 통보였다. 그날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위해 투병 생활을 시작했지만 1년간 암 투병 끝에 지난 4월3일 유명을 달리하게 됐다.
국세청 고위관계자는 "엔티스가 납세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김 조사관이 눈 앞을 아른 거린다. 그를 먼저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 그리고 그가 바친 헌신과 봉사에 대한 감사함이 항상 중첩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5일 국세행정시스템 엔티스 도입 1주년에 맞춰 열린 기념식에는 김 조사관의 미망인이 참석해 공로상을 받았다. 이를 지켜보던 국세청 직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감사를 전했다.
김 조사관은 슬하에 중학교 3학년 딸을 두고 있으며 딸은 장래에 세무공무원이 되겠다며 세무관련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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