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이번엔 수산물이다③]입소문 탄 어간장, 백화점 진출..매출 2000만원서 5억 기업으로
문순천 해어림 대표 노력결실
미식가주부들 사이서 인기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어간장. 콩이 아닌 생선으로 만드는 간장이다. 문순천 해어림 대표는 제주도에서 3년 동안 발효 숙성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어간장을 생산하고 있다. 과거 사라졌던 자연조미료를 되살리기 까지 숱한 고난과 실패가 있었다.
문 대표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학교 대신 수산식품회사 공장에서 기거해야 했다. 그를 자식처럼 생각하던 식품회사 연구원은 그에게 어간장 비법을 전수해줬다. 할머니가 음식의 간을 맞추시거나 밥에 비벼주시던 그 간장이었다.
어간장은 소위 한국식 피시소스다. 우선 제주 청정해역에서 잡히는 고등어와 전갱이에 소금을 더해 1∼2년간 발효시킨다. 여기에 다시 해초 등을 넣고 6개월 이상 2차 발효를 진행한다. 3년 이상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비로소 완성된다. 겉절이나 무침, 조림, 찌개, 국 등 어떤 음식에도 잘 어울리며, 미식가들과 주부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면서 백화점에도 납품하고 있다.
어간장 발효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소금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다. 양 조절에 실패하면 생선은 발효되지 않고 부패한다. 엄 대표는 향기만 맡아도 어간장이 얼마나 발효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명인의 경지에 도달했다.
그가 처음부터 어간장을 만든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원양어선 선원이 됐다. 5년 동안 모은 돈으로 중학교 동창인 지금의 아내와 결혼했다. 지난 2002년 부부는 해어림을 설립했다. 부부와 대학을 갓 졸업한 아들, 문 대표의 형수가 직원이었다. 발효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밤낮으로 옹기를 관리해야하는 고된 작업의 연속이었다.
문 대표는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만들면 지나가는 사람들도 다 사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며 "사람들에게 생소한 제품인 어간장의 판로를 찾는 일이 무척 어려웠다"고 말했다.
어간장의 가치를 알아본 한 기업에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할 수 있게 됐다. 입소문이 번지면서 현대백화점에 '제주 문순천 어간장'이라는 브랜드로 판매도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어간장 가격은 2002년 출시했던 가격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사업가보다 장을 만드는 장인이고 싶은 마음에서다. 연매출이 아직 5억원에 불과한 이유다. 그러나 문 대표는 "처음 시작했을 때 매출이 2000만원이었는데 5억이면 크게 성공한 셈"이라며 "대기업이랑 백화점에서 제 어간장이 팔리고 있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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