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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요리학교에서 본 '셰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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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가보니

전다혜 학생이 CIA 내 레스토랑에서 실습을 하고 있는 모습.

전다혜 학생이 CIA 내 레스토랑에서 실습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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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황준호 특파원] 셰프 전성시대다. 맛집 탐방으로 시작된 주방장에 대한 관심은 어느 주방장이 만든 음식을 먹느냐에 치달았다.

우리나라에서 불고 있는 셰프 열풍은 셰프의 위상을 '맛집 주방장'에서 '문화 아이콘'으로 바꿔 놓았다.
최근 찾은 뉴욕 소재 미국요리학교(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CIA)에도 이 같은 한국의 셰프 열풍이 그대로 옮겨와 있었다. CIA는 일본의 츠지조리사 전문학교, 프랑스의 르꼬르동블루와 함께 세계 3대 요리학교로 불린다.

뉴욕 CIA의 전경(홈페이지 참조).

뉴욕 CIA의 전경(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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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에서 차로 2시간여를 북쪽으로 달려 도착한 CIA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를 연상시켰다. 더 밝고 좀 더 현대식이었다. 캠퍼스 내로 들어가자, 흰색 가운을 입은 학생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인인지 알 수 없는 동양계 학생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스테판 헹스트 미국 요리전문학교 CIA 마케팅 디렉터는 "CIA는 미국 내 뉴욕 외에도 총 3개의 캠퍼스가 있으며 이중 국제학생이 14%를 차지한다"며 "이중 한국인 학생은 54%를 차지하며, 이는 2012년 대비 두 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히 대단한 숫자다. 국적별로 보자면 미국인 학생 이외에는 한국인 학생이 가장 많은 셈이다.

학생들은 총 2년간의 정규 수업 과정을 통해 집중적으로 요리를 배운다. 2년간의 조리 교육과정 후 졸업 할 수도 있고 2년간 레스토랑 경영, 금융, 마케팅 등을 더 배울 수 있다. 4년 교육과정을 채우면 학사 학위를 얻을 수 있다.

CIA에서 학생들이 와인 교육을 받고 있다. CIA에서는 와인 외에도 맥주 등 셰프로서 갖춰야 할 것들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CIA에서 학생들이 와인 교육을 받고 있다. CIA에서는 와인 외에도 맥주 등 셰프로서 갖춰야 할 것들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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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셰프의 길은 쉽지 않았다. 한 한국인 졸업생은 한국인 학생 10명 중 4~5명은 학기를 마치지 못하거나 다른 길을 찾는다고 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였다. 수업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첫 학기 등록금 및 제반비용으로 소요되는 3만5000달러 가량의 자금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현재 이곳에서 졸업을 앞둔 이주원 학생은 "한국 학생들은 언어 문제부터 시작해서 본인의 실력까지 다양한 어려움에 봉착한다"며 "졸업을 앞두고 여러 유명 레스토랑으로부터 입사 추천 레터를 받기도 하지만 학생 전부에게 주어진 기회는 아니다"고 말했다.

졸업 후 한국에서 한식을 배운 후 유럽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전다혜 학생은 "한국에서 요리를 배우다 교수님의 추천으로 오게 됐다"며 "2년간 학비만 1억원 가량 소요된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스토랑에 취직한다고 해서 셰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특성을 갖춘 요리를 내놓을 때까지 각자의 배움에 길이 남아 있다. CIA 전체 졸업생 중 2년 내 셰프로 남아 있는 비중은 5% 정도라는 게 낭설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이주원 학생이 헹스트 디렉터와 교육과정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주원 학생이 헹스트 디렉터와 교육과정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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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학생들과 함께 CIA내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레스토랑의 요리와 서비스 모두 학생들의 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일류 레스토랑의 못지않은 일품요리와 서비스를 접할 수 있었다.

이들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 찾은 곳은 우리나라 최초 미슐랭 투(2) 스타를 받은 임정식 셰프가 운영하는 맨해튼 내 '정식당'이었다.

임 셰프는 취사병이 되면서 처음으로 팬을 잡았다. 2003년 CIA에 입학해 2년 뒤 졸업한 뒤 한국에서 다른 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7년 다시 뉴욕으로 건너온 그는 레스토랑을 전전하며 견습 생활에 들어갔다. 이어 유럽에서도 배움의 길을 계속 걸었다. 2009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셰프가 돼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가 택한 콘셉트는 '뉴 코리안 파인 다이닝(New Korean Fine Dining)'이다.

임정식 셰프가 '정식당'의 주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정식 셰프가 '정식당'의 주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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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셰프는 "셰프가 되기 전, 세계적 음식 트렌드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무급 견습을 자청했다"며 "앞으로도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 코리안 파인 다이닝은 그가 스페인 견습생활 동안 얻은 영감으로 탄생했다. 그는 전통 스페인 요리를 재해석해 만든 '뉴 스페인식 퀴진'이 인기를 얻는 것을 보고 한식의 세계화에 모티브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그는 "셰프의 길은 막상 들어와 보면 자신이 셰프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며 "요리를 잘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셰프의 길에 들어서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고객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을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셰프는 오는 12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발표되는 '미슐랭 리스트'에 대해 "셰프로서 미슐랭 스타를 얻으면 좋겠지만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며 "스타는 얻는 것 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정식당에서 디저트로 나온 유자. 흡사 유자를 통으로 내온 것처럼 보이지만 반으로 쪼개면 내용물이 나온다. 이를 샤베트와 곁들이면  디저트로서 최고의 맛을 선사한다.

정식당에서 디저트로 나온 유자. 흡사 유자를 통으로 내온 것처럼 보이지만 반으로 쪼개면 내용물이 나온다. 이를 샤베트와 곁들이면 디저트로서 최고의 맛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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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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