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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강렬한 금자씨, 맥없는 아가씨

최종수정 2016.06.03 09:56 기사입력 2016.06.0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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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핑거스미스, 교감없는 동성애·허술한 복수극…박찬욱표 인장에 갇히다

영화 '아가씨'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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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될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영화 '아가씨'는 한국판 '핑거스미스'다. 첫 반전까지 이르는 과정을 그대로 옮겼다. 소매치기 숙희(김태리)는 백작(하정우)에게서 귀족 아가씨(김민희)의 재산을 가로채자는 제안을 받는다. 그녀는 하녀가 돼 백작이 아가씨와 결혼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아가씨에게 마음을 빼앗겨 혼란스러워한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핵심은 아가씨다. 주위 인물들이 맞추는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모두 쥐었다. 백작에게는 돈, 숙희에게는 사랑, 이모부(조진웅)에게는 돈과 그릇된 성적 욕구. 박찬욱 감독(53)은 이들이 속고 속이는 과정을 한바탕 스릴러로 그렸다. 그런데 센세이셔널리즘과 작가주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아가씨가 택하는 사랑이 섬세하지 못해 캐릭터 간 관계가 엉성하다. 사족이거나 '자르고 찌르고' 식의 '박찬욱표' 인장이 찍힌 신도 나열돼 이야기가 갈수록 힘을 잃는다.

영화 '아가씨'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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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성애를 바라보는 경박한 시선 = 아가씨의 주된 소재는 퀴어다. 아가씨와 숙희가 사랑을 한다. 일반적이지 않아서 분명한 이유가 필요하다. 압델라티프 케시시(56ㆍ튀니지) 감독은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년)'에서 아델(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이 레즈비언임을 깨닫고 사랑을 찾기까지에 75분을 할애한다. 토드 헤인즈(55ㆍ미국) 감독도 '캐롤(2015년)'에서 캐롤 에어드(케이트 블란쳇)와 테레즈(루니 마라)가 사랑을 나누는 데까지 같은 시간을 썼다. 이들의 카메라는 두 인물의 충분한 교감과 성적 정체성 회복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클로즈업 샷으로 눈을 집요하게 조명한다. 그래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묘한 감정이 흘러나온다.

아가씨에는 이런 연출이 거의 없다. 숙희가 아가씨의 입 안에 손을 넣어 금속 골무를 낀 손톱으로 어금니를 긁어 주는 신이 유일하다. 서로 예쁜 옷을 입혀주는 신이 있지만 허리띠를 조여 매자 "아가씨, 저 죽어요"라고 외치는 코미디가 불쑥 튀어나온다. 이것은 그동안의 퀴어 영화와 다른 장르를 표방하다 보니 중요하지 않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것이 주된 소재이고 말하고자 하는 본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더구나 아가씨와 숙희는 속고 속이는 관계로 출발한다. 이 틀을 깨려면 매우 애절하고 깊은 사랑이 뒷받침돼야 한다.

영화 '아가씨'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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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숙희의 사랑은 이런 기대를 저버린다. 두 인물의 얼굴에 동성애를 두려워하거나 의식하는 눈빛이 없다. 이모와 어머니를 각각 잃은 비슷한 전사(前事)와 막 피어난 믿음에 의존할 뿐이다. 그래서 사랑은 강렬하지 않다. 그렇게 유도하는 설정은 있다. 숙희가 백작과 아가씨의 대화를 듣고 질투를 느껴 집으로 들어가는 신이다. 그녀는 하녀 신분을 망각하고 계단을 씩씩 대며 올라간다. 버섯이 든 바구니도 내동댕이친다. 이 장면이 강한 사랑으로 전달되려면 아가씨를 흠모하는 신이 여러 차례에 걸쳐 전제돼야 한다. 박 감독은 이 점을 놓쳤다. 숙희의 감정은 널뛰기를 하고, 질투 역시 바보 같은 백작과 동업한다는 한탄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곧 이어지는 불같은 사랑에 대한 암시로 작용하지도 못한다. 박 감독은 극 초반에 숙희를 압도한 여집사(김해숙)를 까맣게 잊는다. 신인 김태리의 얼굴에서 다채로운 감정을 끌어내지도 못한다.

* 퀴어 포르노나 다름없는 베드신 = 동성애는 특정 주체를 배치하면 감정의 교류를 전하기가 수월해진다. 성행위에서 남녀 역할의 구분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체는 성 경험이 있어야 한다. 캐롤에서 캐롤은 아이를 출산한 인물이다. 테레즈도 남자친구가 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아델조차 영화 초반에 이성과 섹스를 한다. 자극적이지 않다. "정말 좋았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델의 눈을 계속 보여준다.

영화 '아가씨'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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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 숙희는 남자처럼 털털하고 모험심이 강하지만 갓난아이를 안고 "나도 젖을 물려주고 싶어"라고 말한다. 그녀는 백작의 달콤한 말에 시큰둥할 만큼 남자에 관심이 없다. 당연히 성 경험도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가씨도 다르지 않다. 노(能ㆍ일본 전통 연극. 가면을 쓰고 하는데 그 표정이 미묘해서 다양한 연상을 유도한다)를 연상케 하는 낭독회에서 야설을 구연하며 섹스를 글로 배웠다. 폐쇄적인 공간에 갇혀 남자를 만날 기회는 없었다. 그런데 이들의 첫 행위는 몇 번이라도 경험한 듯 능숙하다. 아가씨의 깊은 곳을 바라보던 숙희는 얼굴을 묻어도 되겠냐고 묻는다. 그 표정에는 사랑보다는 호기심이 가득 차 있다. 이후 그려지는 성행위는 포르노에 지나지 않는다. 눈빛 교환 등을 생략하고 현란한 몸의 연주를 조명할 뿐이다.

두 번째 행위는 이보다 더 자극적이다. 섬세한 접촉보다 몸의 대화를 보여주는데 치중한다. 카메라는 그들의 옆선을 균형 있게 비추며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미 처음 관계를 맺으면서 이러한 틀은 깨졌다. 새벽 공기를 뚫고 함께 도주하며 '델마와 루이스(1991년)'와 같은 결말에도 다다랐다. 144분에 이르는 영화에서 관객은 피로를 느낄 수밖에 없다.

영화 '아가씨'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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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욱표' 인장에 갇히다 = 이 영화에서 3부는 사족이다. 이미 2부에서 의도한 바를 모두 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감독은 아가씨의 능동적 행위를 부각시키고 남근중심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백작과 이모부를 벼랑 끝까지 몰아세운다. 그 서술은 허점투성이다. 끝내 돈을 쟁취할 만큼 영악하고 치밀한 백작이 스스로 경계를 풀어버린다. 동업자로 티격태격하던 아가씨를 갑작스럽게 사랑하기도 한다. 아가씨는 그를 마약으로 잠재워 이모부에게 보낸다. 이미 승패가 가려진 게임. 하지만 박 감독은 강제로 연장전을 시작한다. '복수는 나의 것(2002년)', '올드보이(2003년)', '친절한 금자씨(2005년)' 등 전작에서 그렸던 잔혹한 장면들을 뒤늦게 몰아넣는다. 마치 이것이 복수 3부작의 연장선상이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이 장면들은 그저 그의 인장을 새긴 데 불과하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경기에서 자신의 장기를 어떻게든 보여주려고 발버둥치기 때문이다. 작위적인 설정은 오히려 두 여성의 능동성만 깎아내린다. 아가씨가 두 남자의 자멸까지 유도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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