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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까지 동원된 '동성혼 불인정'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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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 시대의 가장 보편적인 개념 정의를 내리고 있는 국어사전(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혼인을 '남자와 여자가 부부가 되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민법상의 '혼인'은 성별을 불문하고 동성 간에도 인정될 수 있는 제도인가. 우리 법원의 첫 판단은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이태종 법원장은 25일 영화감독 김조광수씨(51)와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씨(32) 커플이 "혼인신고를 받아달라"며 서울 서대문구청장을 상대로 낸 불복신청 사건에서 '국어사전의 정의'까지 동원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법률상 혼인'에 관한 폭넓은 해석은 일단 이렇게 가로막혔다.

우리 헌법이나 민법 등은 혼인이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진 않는다.
김조 커플이 법정 다툼을 시도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다.

이 법원장은 법조문에 등장하는 세부 표현을 근거로 '사실상 남녀를 구분한다'는 취지의 논지를 폈다.

"남녀의 구별과 남녀의 결합을 전제로 한 양성(兩性), 부부(夫婦), 부(夫) 또는 처(妻), 남편과 아내, 부모(父母)라는 성구별적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법원장은 이어 "'(혼인을) 당사자의 성별을 불문하고 두 사람의 애정을 바탕으로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결합'으로 확장해 해석할 순 없다"고 못박았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선판례도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1982년 "혼인은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하여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 풍속적으로 정당시 되는 결합"이라고 해석했고 헌법재판소는 1997년 "혼인이 1남 1녀의 정신적ㆍ육체적 결합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변화가 없다"고 결론 냈다.

결정문에는 "혼인제도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변천을 겪는다"거나 "시대적, 사회적, 국제적으로 여러 사정이 변화"했다는 표현이 여러번 등장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6월 동성혼이 합법이라는 판결을 했다.

지난 3월에는 자식을 입양한 동성 부부의 친권을 전국적으로 허용하라는 판결까지 내렸다.

미국에 앞서 세계 20개국이 이미 동성혼을 법으로 인정했다.

이 법원장은 그러나 "(혼인이)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유지ㆍ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통념에 방점을 찍었다.

"(혼인은)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기초", "국가 제도가 존속할 수 있는 것은 상당 부분 결혼과 그로 인한 가족 제도에 의존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법원장은 다만 "동성 간의 결합과 같이 기존의 혼인제도로 포섭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를 적절하게 규율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새로운 입법을 통해 새로운 방식에 따라 대처해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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