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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보츠와나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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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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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영란법' 시행령이 발표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부패정책을 성공적으로 실행한 나라로는 싱가포르가 회자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성공 사례에 덧붙여 필자는 아프리카의 '보츠와나'(Botswana)를 추가하고 싶다.

보츠와나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는 분이 대부분일 것이다. 보츠와나는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북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다. 영국으로부터 독립된 지 50년밖에 안된 신생국이다. 보츠와나의 다이아몬드 매장량은 세계 3위에 해당할 정도로 자원부국이다. 인구는 200만에 불과하지만, 나라의 크기는 한반도의 2.6배로 프랑스보다 조금 크다. 땅덩어리는 크고, 인구는 적고, 지하자원은 풍부한 나라들이 흔히 걸리는 쌍둥이 병이 있는데, '부패'와 '자원의 저주'다.
'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라는 병은 자원이 너무 풍부하다 보니 걸리는 병이다. 아이러니라고도 할 수 있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풍부한 자원을 해외에 수출하다 보면 국내 물가가 오르게 되고, 임금도 따라서 오르게 되고, 국내 제조업체에서 만든 물건의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국내제품을 해외에 내다팔기 어려워짐에 따라 제조업의 경쟁력이 하락하게 된다. 게다가 자원수출에 따른 소득을 일부 특권층이 독점하게 되면 불평등에 대한 국민들의 시위 등 사회적 갈등이 심각해진다. 결국 풍부한 자원이 국가발전에 오히려 악영향을 초래하게 되는데, 이것을 흔히 '자원의 저주'라고 부른다.

아프리카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네덜란드도 1959년 북해에서 발견된 유전과 가스전으로 환호하다가 이 병에 걸렸다. 거의 죽다가 다시 살아났다. 그래서 '자원의 저주'를 '네덜란드병(病)'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보츠와나는 네덜란드, 리비아, 가나, 콩고 등 다른 자원부국들이 걸렸던 '자원의 저주'라는 병에 걸리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보츠와나의 강력한 '반부패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1994년에 '부패 및 경제범죄법'을 제정했고 관련 전담부서 '부패 및 경제범죄원'(DCEC)을 설립했다. 2012년에는 '부패전담법원'을 신설했다.
이와 같은 노력에 힘입어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4년 부패인식지수(CPI) 순위를 보면 보츠와나는 31위로서 우리나라의 43위보다 훨씬 더 우수하다. 강력한 반부패정책으로 인해 외국인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보츠와나의 안정적인 경제발전과 국민소득 증가로 이어졌다.

그 결과 보츠와나의 1인당 GDP는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는 1만6000달러에 달한다.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최상위권이다. 무디스 기준 국가신용등급은 'A2'(상위6등급)로서, 우리나라의 'Aa3'(상위4등급)와 큰 차이가 없다. 헤리티지재단이 평가한 경제자유화지수는 36위로서 우리나라의 29위보다 조금 밑이다.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의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2012)에 따르면, '개인, 기업가, 정치인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고 참여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포용적 시스템(Inclusive System)이 형성돼 있는지 여부'가 그 나라의 번영을 좌우한다. 영국 식민지에서 1966년 독립해 50여년의 역사에 불과한 보츠와나가 중진국에 가깝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소수 엘리트 중심의 '배타적' 성장이 아니라 위와 같은 '포용적' 성장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국민들 누구에게나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는 민주적 정치제도,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경제 시스템, 불평등을 줄이는 포용적 소득분배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최근 지속되는 우리 경제의 저성장이 국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낡은 경제시스템을 혁신해 생산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우위를 지키는 것 이외에 지름길은 없다. 강력한 반부패정책은 그런 과정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경쟁 촉진, 소득격차 완화, 사회안전망 강화 등의 정책이 지금의 저성장을 탈피하게 해주는 '바둑의 정석'에 해당할 것이다. 묘수는 없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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