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5일 오전 11시 '까삐딴 그리쉰호' 포항 양포항으로 견인 마쳐...부산 요트대회 참석차 가던 중 포항 인근해역서 강풍·기관 고장으로 표류...한-러 해상수색구조협정 체결 합의 후 첫 구조 사례
5일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요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러시아 나호드카에서 출발해 부산으로 향하던 러시아 국적 '까삐딴 그리쉰'(Kapitan Grishin)호가 급격한 기상 악화 및 엔진 고장으로 지난 3일 오전6시30분부터 표류하기 시작했다. 이 배는 3명이 타고 있던 길이 12m, 7t급의 세일링 요트였다.
해경은 12시간 간격으로 발신되는 사고선박의 구조요청신호를 추적해 표류 이틀만인 4일 오후3시쯤 포항 호미곶 동방 약 78해리 해상에서 표류하고 있는 사고선박을 발견했다. 선장 레오니드(60세)씨를 포함한 선원 모두 안전했고, 해경은 이 배를 포항 양포항으로 예인하기 시작했다.
예인 도중인 4일 자정 쯤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으로 예인색(조난선박을 끌기 위하여 연결하는 로프)이 절단되는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해경은 이를 무릅쓰고 5일 오전 11시쯤 포항 양포항으로 무사히 선박을 이동시켰다.
한편 한국과 러시아 양국은 상호 해역에서 선박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신속하고 긴밀한 수색구조활동을 위한 '한-러 해상수색구조협정'을 올해 안에 체결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달 7일 양국은 모스크바에서 한-러 해상수색구조협정 체결에 공식적으로 합의한 상태다. 2006년 동해상에서 발생한 원목선 '시네고리예호' 침몰사고, 2014년도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오룡호 사고 등을 계기로 논의를 시작한 결과물이었다. 이번 까삐딴 그리쉰호의 구조는 협정 체결 합의 후 발생한 최초의 양국간 구조협력사례다.
홍익태 해경 본부장은 "악천후 속에서도 끝까지 귀중한 생명을 구조하여 다행이며, 앞으로도 '1979 해상수색 및 구조에 관한 국제협약' 과 인도주의 정신의 입각하여 우리해역에서 국적을 불문하고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